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법정구속됐던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11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비슷한 사건으로 기소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재판 향방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이날 구 회장에 대해 “허위 재무제표 작성 및 공시에는 가담하지 않았고 78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투자자들의 피해금액 대부분을 변제한 점 등도 참작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동양그룹 사건의 재판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범행 방식 등이 LIG그룹 사건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두 그룹 모두 재무상태가 악화될 것을 알면서도 경영권 유지 등을 위해 법정관리 직전까지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CP를 판매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동양과 LIG는 고의성이 짙어 성격이 비슷하다”며 “마찬가지로 사기성 CP 발행으로 수사를 받았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경우 CP 발행 당시 채무 변제 의사가 있었고 단순 경영 판단 오류로 판단돼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 결과를 동양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동양의 경우 LIG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크고 회복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LIG그룹의 경우 투자자 700여명에게 2087억원가량의 피해를 입혔으나 동양의 경우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대 피해를 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LIG 총수 일가는 지난해 사재를 털어 투자자들에게 피해액 대부분을 배상했지만 현 회장의 경우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말했을 뿐 아직 구체적인 배상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