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가격인상 시점 '호시탐탐'…6.4 지방선거 이후?
[ 정현영 기자 ]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떼울 수 있는 서민 먹거리 라면. 올해 라면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재료 비용 등을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과자 등 값싼 식음료 값이 동시다발적으로 뛰어오르고 있어서다. 1000원 미만에선 소비자들의 가격저항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필수소비재에 가장 가까운 품목이므로 6·4 지방선거 이후 하반기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단일 품목에 한해 슬쩍 '가격 조정'에 나선 곳도 나왔다. 삼양식품은 볶음간짬봉의 봉지라면(140g)과 용기라면(105g)의 가격을 11.1%와 18.2%씩 올리기로 12일 결정했다.

본격적인 가격인상을 앞둔 사전 작업이란 지적에 대해 "볶음간짬봉의 경우 6년 전 출시 당시 평균 중량 대비 싼 값에 나와 이제서야 제값을 받기 위해 '가격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삼양식품은 해명했다.

이어 "단일 품목에 대한 '가격 조정'일 뿐이고, 삼양라면 등 주력 라면의 가격 인상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그렇지만 삼양식품의 이번 결정은 '가격인상 전초전'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격인상이 용인되는 시기에 2008년 이후로 오르지 못한 라면 가격만 못 올리는 것은 역차별이고, 논리적인 근거도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지난해 말부터 농심 새우깡과 오리온 초코파이, 롯데제과 빼빼로, 해태제과 에이스 등 소위 '국민 과자'로 불리는 스낵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음료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음료가 기존보다 6.5% 제품 가격을 올렸고 롯데칠성음료도 칠성사이다 등 가격을 6.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 식음료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가격 인상을 진행하다보니 특정 기업 제품에 대한 가격 저항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라면 역시 동시 가격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선경, 박신애 대신증권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수 년 동안 나온 신제품의 가격대가 1000원 이상으로 책정되면서 1000원 미만 제품의 가격 인상에 대한 가격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음식료 전반에 걸쳐 지연됐던 가격 인상이 용인되는 시기에 라면만 가격상승을 막는 것은 역차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라면 가격은 실제로 6년 전인 2008년 이후 단 한 번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2008년 2월과 3월 당시 농심을 비롯한 오뚜기 삼양 등 대표 3사가 모두 봉지당 100원씩 인상한 바 있지만, 2010년 1~2월에 걸쳐 다시 7% 가까이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농심이 2011년 11월, 4년 만에 평균 6% 가격을 올렸는데 이 마저도 2008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라면 가격이 오른다면 현재 700~800원대 수준에서 800~900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라면 가격의 인상 폭이 7~8% 정도였다는 것.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에 라면가격은 7~8% 정도씩 올랐다"면서 "서민 생활 대표 품목인 라면이라 할지라도 원재료비가 상승하는 구간에서 가격이 오를 것이고, 이 시기는 국내외 곡물가격이 반등하게 될 하반기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정부 정책 또는 규제 역시 라면 업계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희, 이하경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산업성장의 안정성은 저가 소비재 쪽에서 높게 나타나는데 정부 정책 혹은 규제까지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가공식품 등 저가 소비재 가격 인상에 대한 통제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저가 소비재의 10% 미만 인상이 구매 의사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