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기자 ]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혈투가 점입가경이다. 연초부터 보조금을 대거 투입하더니 급기야 마이너스 폰까지 등장했다. 지난 11일 새벽에는 최고급 스마트폰이 헐값에 팔리며 동대문 한 휴대폰 매장 앞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동대문 대란', '2.11 대란'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닷컴 칼럼]'2.11 대란'에 이통사 난타전…방통위는 뭐하나
이통사들의 헐뜯기 경쟁도 날로 격화되고 있다. 12일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2.11 대란'이 발발한 원인으로 서로를 지목하며 비방전에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온갖 치부를 다 드러냈다.

이통사가 방송통신위원회 단속이 불가능한 심야시간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떴다방' 보조금을 풀고, 경쟁사에 가입자를 뺏기면 즉시 대응하는 '불바다' 보조금, 개통 가능시간이 지나더라도 다음날까지 밤새 예약가입을 접수받는 '뻗치기' 방식을 쓴다는 폭로도 나왔다.

최근 휴대폰 보조금 규모까지 커지고 있는 것은 이통사간 '0.1% 점유율'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SK텔레콤과 KT는 각각 점유율 50%와 30%를 사수하겠다고 선언했다. LG유플러스는 20% 돌파가 목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연말 시장 점유율이 50.02%로 내려가자 다급해졌다.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은 19.88%로 0.12%포인트가 아쉽다. KT 점유율은 30.09%다.

이러한 탓에 이통사 한 곳이 보조금을 풀기 시작하면, 나머지 경쟁사들도 가입자를 뺏기지 않으려고 보조금을 쏟아 붓는다. '보조금 대란'이 발생하면 이통사 어느 한 곳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통사들은 방통위가 과징금, 영업정지 등을 통해 제재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뒤늦은 방통위 제재를 기다리기보다 우선 가입자를 뺏겠다는 생각에서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이통 3사에 사상 최대 과징금인 1064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보조금 전쟁을 주도한 업체는 가려내지 못했다.

방통위는 이번에도 '2.11 보조금 대란'을 벌인 이통사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그러나 소비자 부담을 감안해 보조금 상한선(27만원)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오히려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방통위는 뒤늦게 사태가 일어난 기간을 집중 조사하는데다 사실상 주도 사업자를 가려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방통위가 매달 조사기간을 정하거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제정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을 제값 주고 산 고객이 '호갱(호구+고객)님'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업계가 제시한 해법을 오히려 귀 담아 들을만 하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