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68) 출산율의 정체
말띠 해다. 말띠 해에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데, 2013년 출산율이 1.18~1.2명으로 추정됐다니 올해 출산율은 얼마나 될지 벌써 걱정이다.

출산율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우리가 출산율이라 부르는 통계의 공식 명칭은 ‘합계출산율’로,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은 실제로는 15세에서 49세 사이의 연령별 출산율을 모두 합쳐서 구한다. 연령별 출산율이란 연령별로 전체 여성 수 대비 해당 연령 여성에게서 출생한 아동 수의 비율이다. 예컨대 2013년에 30세 여성이 40만명인데 30세 여성들이 나은 아이들의 수가 2만명이면 30세의 연령별 출산율은 0.05가 된다. 여성 100명당 5명이 태어난 셈이다. 이렇게 구한 35개 연령별 출산율을 합계한 것이 합계출산율인 것이다.

연령별 출산율을 더해 합계출산율을 구하다 보니, 젊은 여성들이 출산은 미루지만 결과적으로 이전 세대 여성들과 같은 수의 자녀를 낳는다 해도 현재 시점의 합계출산율은 하락하게 된다. 젊은 여성들이 이전 시점의 같은 연령대 여성들보다 아이를 덜 낳으면 이들 연령대의 출산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후 출산을 미룬 여성들이 아이를 낳으면 그 연령대의 출산율은 현재보다 올라갈 테지만, 일단 현재의 합계출산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합계출산율을 해석할 때 마치 여성들의 일생을 추적하며 출생아 수를 집계, 평균한 것처럼 풀이하지만 실제 계산은 한 시점에서 35세에 걸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해석상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결혼 연령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이와 더불어 여러 가지 이유로 여성의 초산 연령과 평균 출산 연령 역시 계속 올라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합계출산율 하락에는 출산 지연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겠지만 영향의 정도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출산 지연 때문에 합계출산율이 과도하게 낮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분명히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더 적은 아이를 낳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는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 및 경제활동 증가, 전반적인 소득의 증가 등을 꼽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여성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국민소득도 향상되는데, 합계출산율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여성의 교육 및 경제활동 수준과 출산율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큰 딜레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여성의 교육과 경제활동은 더욱 부추기고 격려할 일이기에 이른바 ‘일·가정 양립’은 중대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 이미 백약이 처방되고 있고 한두 가지 시도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남성들의 ‘일·가정 양립’이야말로 결정적 한 수가 될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