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11일 오후 5시10분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작년 조사에 비해 늘었다. 성장환경 자체가 조성이 안돼 있다 보니 국내 IB와 글로벌 IB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IB 리더들은 ‘한국 IB가 글로벌 IB로 성장하는 데 얼마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50%가 ‘5~10년’을, 34.48%가 ‘10년 이후’라고 답했다. 10년 이후라는 응답은 작년 조사 결과(22.22%)보다 크게 늘었다. ‘글로벌 IB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한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해외 네트워크 부족’이라는 답이 29.97%로 가장 많았다.

해결 방법으로는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키우기’가 27.92%로 가장 많았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증권사가 너무 많다보니 수수료 덤핑 등 ‘제 살 깎기’ 경쟁이 심해지고, 심지어 서비스 대가를 받지 않으려는 잘못된 관행까지 만연해 있다”고 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공개(IPO) 주관수수료 비율이 1% 이하 수준인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2% 넘게 받는 경우가 많다. M&A 자문수수료 비율 역시 선진국의 2분의 1 정도이고, 중국보다도 낮다. 국내 한 증권사 IB부문 대표는 “글로벌 IB가 나오길 기대하기보다 한국 자본시장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금지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규제가 많은 것도 국내 IB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해외 기업 M&A를 노리는 국내 기업들의 주요 ‘사냥터’는 유럽(39.6%)과 아시아 지역(37.07%)이 될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은 주로 중국 기업들의 ‘사냥감’이 될 것(57.18%)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안대규/정영효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