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대 확정금리형 금융상품에 가입하려면 다른 상품을 좀 사주셔야 해요.”

증권사들이 최고 연 4.5%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특판상품을 선보이면서 ‘끼워팔기’에 나서고 있다. 역마진을 감수하는 만큼 다른 상품을 팔아 이익을 보전받겠다는 취지다. RP는 확정이자를 지급하고 만기 때 되사주는 조건으로 증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교보증권은 연 4.0%짜리 특판 RP를 지난달 29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만 특판 RP를 사려면 ‘교보 중소형주 리서치 랩’에 가입해야 한다. 이 랩은 소비자 돈을 위탁받아 자사 리서치센터에서 추천한 중소형주 10~20개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다. 1인당 최소 가입액은 2000만원이다. 특판 RP의 가입 한도는 랩 투자액의 50% 내에서 최대 5억원까지다. 예컨대 이 랩에 1억원어치 가입한 사람에 한해 특판 RP를 5000만원어치 판매한다는 의미다. 특판 RP의 만기는 1년이다. 역마진 상품인 만큼 중도해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특판 RP의 금리를 일반형 대비 1.5%포인트 이상 높게 책정했다”며 “다른 신상품 판매를 독려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고객에 한해 연 4%짜리 RP를 판매해온 KDB대우증권삼성증권은 올 들어 ‘1+1’ 전략으로 선회했다. 국내외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자사 추천 상품에 가입한 사람에 한해 가입액만큼 고금리 RP를 내주는 식이다.

대우증권은 다른 증권사의 유가증권을 처분하고 자사 상품으로 재가입하는 고객에게도 같은 자격을 준다. 김경식 대우증권 상품개발팀장은 “대우증권의 다양한 중위험 상품들이 공동 판매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자문형 ELS 랩’ 가입자에게 연 4.5%의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특판 RP를 내놨다. 이 RP 만기는 3개월이다. 가입 한도는 대우증권 5억원, 삼성증권 2억원이다. 현재 다른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일반 RP의 금리는 만기에 따라 연 2.4~2.5%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