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을 품에 넣고 다니며 서울 삼선동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을 공포에 떨게 한 대부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영세상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흉기 등을 이용해 법정이자(연이율 30%)를 훨씬 초과한 금액을 뜯어낸 혐의(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무등록 대부업자 박모씨(68)를 구속했다고 12일 발표했다.

박씨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삼선동 인근 재래시장 상인 17명에게 모두 3억9000여만원을 빌려주고 최고 연 450%의 이자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54·여)에게는 300만원을 빌려주고 2년여 동안 3000만원을 받아냈다.

피해자 대부분은 재래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여성들이었다. 박씨는 이들에게 “장기라도 팔아서 갚으라”며 목을 조르는 등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다. 또 회칼을 보여주고, 몸집이 큰 개를 데리고 다니며 영업을 방해하는가 하면 대학에 다니는 피해자의 딸을 찾아가 공포심을 유발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가게를 정리한 보증금으로 빚을 갚거나 식당에 취업해 120만원의 월급 중 100만원씩을 매달 박씨에게 뜯긴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피해자들이 대출 서류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점을 악용해 피해자가 원금을 모두 갚았는데도 “영수증이 없지 않느냐”며 지속적으로 돈을 갈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상황을 보다 못한 주변 지인들이 경찰에 제보해 수사할 수 있었다”며 “피해자들 대부분이 보복이 두려워 진술을 꺼릴 정도로 박씨를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