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민을 상담하러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에게 위로 따위는 하지 않는다. 노력하면 길이 열릴 거라는 격려도 하지 않는다. 오직 한 가지만 묻는다. ‘될 거라는 확신이 있는가?’ 나는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사람이 실패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만화가 이현세 씨(사진)가 청춘에게 들려주는 에세이집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토네이도)의 메시지다. 슬하의 3남매와, 세종대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들에게 들려줬던 조언을 책으로 엮었다. 서울 정동에서 12일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그는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강조했다.

“‘징징댈 시간이 없어, 세상엔 믿을 사람도 없고. 오로지 너 자신만 믿고 가야해.’ 이런 이야기예요. 시골에서 이불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서울역에 내렸을 때 제가 가진 건 만화가가 될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뿐이었어요.”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수많은 만화가 지망생이 묻는다.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리느냐고. 나는 이렇게 답한다. 매일 10장의 크로키를 그려라. 1년이면 3500장, 10년이면 3만5000장이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사람은 절대 3만5000장을 그리지 못한다.’

그는 ‘너무 강한’ 50~60대로 인한 청년들의 무기력도 지적했다. 자식이 어느 정도 철이 들면 믿고 맡겼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부모들은 많이 알고 많이 가진 세대인 탓에 ‘져주는 맛’이 없다는 얘기다.

“저는 여전히 ‘야생남’인데요, 딸 둘도 ‘야생녀’로 키워 친구처럼 지냅니다. 2년 전 위암 수술을 받은 후 3년간 술을 안 먹기로 했는데 큰 딸이 아주 슬퍼해요. ‘거세 당한 호랑이를 보는 것 같다’고요. 이제 1년 남았는데 내년 1월1일 첫 술자리는 무조건 큰딸과 가질 겁니다.”

이씨는 올 7월부터 네이버에 남자의 로망과 야생의 DNA를 주제로 한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다. 웹툰이지만 여전히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손으로 작업한다.

“웹툰에서 보기 힘든 밀도와 서사를 담을 겁니다.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40~60대를 위로하는 만화가 될 것 같아요. 이들이 술자리를 마다하고 제 만화를 보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는 상상을 합니다. 저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거죠.”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