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만큼 논란이 많은 주제도 없을 것이다. 대기업 규제론자들은 몇몇 대기업이 아무리 잘나가도 효과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지 못한다며 낙수효과를 부정한다. 친기업정책은 대기업 좋은 일만 시켜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주장도 한다. 소위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는 이들의 논리다.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실증 자료가 나왔다. 한국경제학회 주최 공동학술대회에서 조동근·빈기범 명지대 교수팀은 낙수효과가 명백하게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811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중소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납품을 많이 할수록 매출과 고정자산, 고용 등에서 성장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업이 이익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경영진이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르지 않는 한, 이익의 많고 적음은 있을지언정 낙수효과 자체는 없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사실 낙수효과는 거래에 수반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어떤 기업이든 투자와 생산을 늘리면 다른 기업과의 거래도 늘게 마련이다. 기업과 경제의 성장 자체가 어떻게 보면 연쇄적 낙수효과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이를 애써 부정하며 반기업정서를 확산시켜 왔다. 여기에는 대기업의 해외진출과 관련된 오해도 한몫했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국내에서는 더 이상 고용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됐다.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08~2012년 100대 기업의 고용증가율은 17.6%로 그 이하 기업에 비해 2.1%포인트 높았다. 계약직 직원의 비중도 100대 기업은 7%에 그친 반면 그 외 기업은 32.3%에 달했다.

낙수효과가 입증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250개사의 평균 연매출액은 지난 10년간 3배 가까이 늘었고,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액 역시 2.4배 증가했다. 이처럼 많은 증거가 있는데도 이를 인정치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고 이런 오해를 근거로 오늘도 규제가 만들어진다.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