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던 증시가 지난주 후반 상승 전환한 데 이어 이번주 들어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통화와 재정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우려도 다소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불안하기는 하지만 신흥국 통화위기도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美 금리인상 우려 사라졌다…'옐런효과'에 글로벌 증시 반색
이에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1일 16,000에 바짝 다가섰고 유럽 증시도 큰 폭의 반등흐름을 보였다. 덕분에 12일 홍콩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상승세를 탔다.

○옐런 “실업률만 보지 않을 것”

뉴욕 증시는 지난 6일부터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았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1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 뒤 월가의 트레이딩룸은 갑자기 바빠졌다. 증시 상승에 동참하려는 추격 매수 주문이 몰렸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의 이날 발언은 시장이 기대했던 대로였다. 그는 “현재의 정책을 만들 때 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참여했고 지금도 정책을 강하게 지지한다”며 “통화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로(0~0.25%)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6.6%까지 떨어진 실업률을 더 이상 중요한 잣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벤 버냉키 전임 Fed 의장이 지난해 금리 인상의 기준으로 실업률 6.5%를 제시한 뒤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실업률이 생각보다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하지만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와 관련해서는 “경제성장률 전망과 고용지표, 물가상승률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테이퍼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 둔화 우려도 해소

지난달 말과 이달 초의 변동성 장세는 중국과 미국에서 잇따라 발표된 부진한 경제지표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경제 성장 둔화 우려도 차츰 해소되는 모습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전달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준선(50)을 웃돌며 확장세를 이어갔다. 12일 발표된 중국 무역수지도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청문회에서 옐런 의장이 내놓은 미국 경제 상황 진단도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의 부진한 고용지표에 나도 놀랐지만 이 숫자들의 의미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을 내면 안 된다”며 “최근의 추운 날씨가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통화위기도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터키 리라화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 뒤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도 전날보다 8원70전 오른 달러당 1062원40전에 마감, 지난달 17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다만 코스피지수는 0.2% 오르는 데 그치며 ‘옐런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1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신흥시장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충분한 외환보유액, 유연한 환율시스템, 개선된 경제 정책을 갖추고 있다”며 “신흥국들이 (위기를) 잘 버틸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JP모간체이스는 이날 기관투자가들에 보낸 보고서에서 “지난 며칠 새 세계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변한 것은 없지만 ‘상황이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고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JP모간은 “몇 주 전에는 S&P500지수가 170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최소 1850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더 많아졌다”고 썼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