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칼럼] 뿔난 국토교통부 … 씁쓸한 증권업계의 단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토교통부가 주택기금 여유자금 운용기관 선정 과정에서 증권사들에 단단히 화가 났다. 지난 7일 국토부는 '근거 없는 소문을 유포하며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일부 증권사에 엄중 경고한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9조 원 규모의 국토부 주택기금 운용기관 선정을 둘러싸고 증권사간 과열 양상이 나타나자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선정작업을 아예 조달청에 위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증권사 수혜설, 로비설 등의 루머와 경쟁 증권사 비방 등이 난무했다" 며 "불필요한 구설수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토부가 손을 떼고 외부에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택기금 운용기관 선정은 올 들어 증권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주택기금은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연기금 중 가장 규모가 크다. 19조 원짜리 '대어'다. 그동안 증권사 다섯곳에 나눠 펀드랩 방식으로 운용을 맡겼으나 이번에 증권사 1개, 자산운용사 1개사에 몰아주는 형식으로 바꿔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메신저 등을 통해 국토부 선정과정에 대한 루머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주택기금 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은 "일부 증권사에서 선정기준에 시비를 걸고 마치 국토부가 특정 증권사를 편들어 주는 것처럼 루머를 유포하고 여론몰이를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가지 수렴과정을 거쳐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기준을 마련했으나 이런 소문들이 돌아 매우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증권사들은 2010년 국토부가 펀드랩 운용기관 선정을 진행할 당시 허위로 자료를 제출해 감사원에 적발당하기도 했다. 허위자료를 제출한 증권사는 8개사 중 7개사.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된 자료도 허위로 내는데 증권사들이 제출하는 자료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근본적 배경은 증권사들의 수익 악화에서 찾을 수 있다. 증권업계 침체로 생존위기에 빠진 증권사들이 조금이라도 수익이 될 만한 곳에 앞을 다투어 뛰어들면서 경쟁이 과열된 결과다.
증권사들의 과열 경쟁에 따른 잡음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큰 자금 집행에 대한 선정이 있을 때마다 증권사들끼리 아전투구식 경쟁이 벌어졌다. 국토부의 공론화로 증권업계의 어두운 치부가 드러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현재 증권업계의 어려움은 투자자들이 증시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찾아왔다. 여기에는 증권사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리스크 관리보다 잘되는 상품에 '몰빵'하고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 금융위기 당시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불신감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증권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선 어떻게든 수익만 내면 된다는 식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보단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증권산업의 전문성을 키우는 길이 먼저다. 증권사들의 분발을 기대하고 싶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