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세계 석유시장은 매우 안정돼 있어 유가 폭등이나 폭락의 우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로열더치셸의 런던지사에 근무하는 피에르 왁은 가까운 시일 내에 석유파동이 올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현실의 다양한 변수와 언론에서 전해지는 미래의 징후를 분석한 결과였다. 그는 미국의 석유 비축량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미국과 주요 국가들의 석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아랍권 국가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결성해 서방 세계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발해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점,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미국의 개입으로 다 이긴 전쟁에서 패하는 굴욕을 당한 점 등을 들었다.
셸은 일어날 수도 있는 위협에 대비해 안전망 구축전략을 가동했다. 유가가 올라 수요가 급감하더라도 거래하는 유조선 회사들과 ‘유조선의 최대 선적량을 꼭 채우지 않아도 된다’ ‘유가가 배럴당 6달러면 셸은 특별 해약권을 보유한다’ 등의 조건을 명시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만약 유가가 올라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 유조선에 빈 탱크를 실을 수도 있는데, 전에는 이런 빈 탱크의 운송비를 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셸의 예상대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과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다른 정유회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셸은 위기 속에서 성장을 거듭해 업계 최하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미래학자의 통찰법》은 이런 사례와 함께 현재의 복잡다기한 여러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해 미래를 통찰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 최윤식 씨(사진) 는 지난해 뉴욕주립대가 인천 송도에 세운 한국뉴욕주립대 미래기술경영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미래 예측 전문가. 그는 이 책에서 미래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을 ‘통찰’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통찰의 방법과 적용법을 소개한다.
통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세상을 꿰뚫어 보고, 다르게 보고, 다르게 만들어보는 것. 저자는 이를 위해 독서, 사실과 견해를 구분하는 분별력과 비판적 사고, 빅데이터 활용, 숨어있는 변화의 힘을 찾아 연결하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용의자의 행동 패턴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범죄 프로파일링처럼 대중의 심리와 기업, 사람 등의 미래 선택과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기법이다. 저자는 기업이 쏟아내는 각종 언론 보도와 발표 자료, 비전, 상품개발, 전략적 제휴 등의 정보에서 사실과 숫자를 수집하고 그에 담긴 함의를 찾아내 이들 간의 연관흐름도를 작성하라고 조언한다. 이를 토대로 사고와 행동의 시스템 패턴을 구조화하고 하나의 모델로 재구성하면 비즈니스 프로파일링이 완성된다.
저자는 “미래예측은 예언이 아니라 과학”이라며 “미래학자들이 훈련하는 통찰력을 일반인이나 기업도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예측 경쟁도 치열하다. 1847년 설립된 지멘스는 세계 최초의 전철(1879년)을 비롯해 인공심장박동기, 초음파진단기, 컬러액정 휴대폰 등 무수한 첨단 제품을 개발해 ‘세상이 변화하기 전에 변화를 선택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 비결은 PoF(Picture of Future)하는 지멘스만의 정교한 미래예측 프로세스다. 지멘스는 PoF를 운영하면서 매년 두 차례 미래예측 정기보고서를 발간하는데, 그 어떤 정부 기관의 예측보다 정교하다고 한다.
IBM은 2009년 9월 미국의 유명한 통계분석 기업 SPSS를 12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포함해 5년 동안 12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예측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1400년 넘게 지속해왔던 일본의 건설회사 곤고구미는 1990년대 부동산 버블을 예측하지 못해 한순간에 몰락했다.
“강한 기업과 약한 기업을 가르는 경계선은 통찰”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통찰은 미래 경영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통찰력 훈련법이 쉽지는 않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꾸준히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자원을 투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월요일인 10일에도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한파가 이어지겠다.9일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도에서 영하 2도 사이를 기록하겠다.낮 최고기온은 0∼7도로 예보됐으나,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지겠다.아침까지 제주도에 비 또는 눈이 내리겠고, 다음 날 오전까지 전남 서해안, 충남 서해안, 충남권 북부 내륙, 충북, 전북 서해안에도 가끔 눈이 내리겠다. 9∼10일 예상 적설량은 충남 서해안·전남 서해안·전북 서해안·제주도 중산간·산지 1cm 내외, 세종·충남 북부 내륙·충북 1cm 미만이다. 같은 기간 예상 강수량은 충남 서해안·전남 서해안·전북 서해안 1㎜ 내외, 세종·충남 북부 내륙·충북 1㎜ 미만, 제주도 5㎜ 미만이다.해안과 산지, 제주도는 바람이 순간풍속 55㎞/h(15m/s) 이상으로 강하게 불겠다.9일 밤까지 동해 중부 바깥 먼바다에, 10일 새벽까지 동해남부 바깥 먼바다에 바람이 30∼60㎞/h(9∼16m/s)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1.5∼4.0m로 매우 높게 일겠다. 10일 오전부터 다시 동해 중부 먼바다에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매우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한파는 화요일인 11일 낮부터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아침 기온은 평년보다 3∼10도가량 낮지만, 낮부터 차차 올라 평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오는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빨간 맛'·'다시 만난 세계'·'블랙맘바' 등 K팝 명곡들이 83인조의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로 웅장하게 재탄생한다. 'K팝과 클래식의 만남'이라는 전례 없는 시도를 해온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클래식 레이블 SM클래식스가 그들의 존재 이유를 무대 위에서 증명해낸다.H.O.T., S.E.S, 신화부터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레드벨벳, NCT, 에스파, 라이즈에 이르기까지 SM은 K팝 역사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중추 역할을 해왔다. 무려 30년간 다채로운 그룹을 제작해 온 SM은 'K팝의 뿌리'로 빗대어 표현할 수 있는 기획사다. 1990년대 H.O.T.를 데뷔시키며 'K팝 아이돌'이라는 개념을 세상에 내놨고, 아티스트 및 음악에 콘셉트와 세계관을 부여해 주목받았으며,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도모해 한류에 불을 붙였다.K팝 팬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SM은 음악에 진심이다"라는 평가는 엔터 업계 최고의 칭찬이다. 하나의 사례로 꼽히는 게 바로 SM클래식스다. K팝과 클래식.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를 과감히 결합하며 줄곧 추구해온 음악적 다양성의 가치를 더욱 확고히 했다. 2020년 설립된 SM클래식스는 SM 소속 가수들의 명곡에 친숙한 클래식을 접목, 오케스트레이션한 음원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지난달에는 총 14개 트랙이 담긴 정규앨범을 발매했으며, SM의 서른 살 생일에 맞춰 첫 공연까지 하게 됐다.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만난 문정재 SM클래식스 대표는 "설레기도 하고 매우 떨린다"면서 "첫 곡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의 정적, 관객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선 85세 지휘자가 늦깎이 데뷔에 성공했다. 폴란드 출신인 마레크 야노프스키(1939~·사진) 얘기다. 그는 멘델스존, 슈만 등의 작품을 지휘하며 세계 최대 도시에서 자신만의 음악 색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야노프스키는 독일 정통 음악에 조예가 깊은 지휘자로 꼽힌다. 베토벤, 브람스, 바그너 등 독일 레퍼토리를 해석하는 데 뛰어나서다. 그는 카리스마형 지휘자로도 알려져 있다. 1980년부터 3년 동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작업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그의대표작으로 꼽힌다. 야노프스키는 방송교향악단과 연이 깊다. 그는 2002년부터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이름을 날렸다. 국내에서도 2023년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베토벤과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야노프스키는 2020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이 악단에서의 데뷔가 2025년으로 늦어졌다.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