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컴캐스트, 타임워너 48조원에 인수…업계 1·2위간 합병 '케이블 공룡'탄생
미국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가 2위 업체 타임워너케이블을 452억달러(약 48조원)에 인수한다. 미국 유료방송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할 공룡 사업자가 탄생하는 것으로 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지난해 버라이즌의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지분 인수(1301억달러)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서 ‘큰 장’을 기대해 온 월스트리트도 주목하고 있다. 어느 투자은행(IB)이 주관사를 맡게 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증권전문 채널 CNBC는 12일(현지시간) 컴캐스트가 타임워너를 주당 158.82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인수대금은 100% 컴캐스트 주식으로 지급한다. 두 회사는 12일 저녁 각각 이사회를 열고 딜을 승인했으며 13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두 회사 합병이 성사되면 컴캐스트는 3300만가구의 케이블TV 가입자와 3200만가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보유한 초대형 사업자가 된다. 컴캐스트 케이블TV 가입자는 이미 2200만명에 달한다.

특히 타임워너는 컴캐스트가 진출하지 못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장의 1위 사업자다. 이번 인수로 컴캐스트는 완벽한 전국구 케이블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셈이다. 합병 회사는 미국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35.9%를 점유하게 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문제는 규제 당국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두 회사의 합병 계획을 승인할지다. 컴캐스트의 타임워너케이블 인수설은 지난해부터 흘러나왔지만 시장에서는 FCC가 합병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는 이유로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해왔다.

특히 컴캐스트는 2009년 지상파 방송사(NBC)와 스튜디오(유니버설), 각종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NBC유니버설을 인수한 바 있다. 프로그램 제작과 채널 운용, 송출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미 완성해 놓은 상태여서 FCC는 컴캐스트가 더 이상 영향력을 키우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컴캐스트는 타임워너 인수 후 300만 가입 가구를 제3자에 매각하기로 했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30% 이하로 유지해 FCC의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한편 지난 8개월여간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해온 4위 케이블TV 사업자 차터커뮤니케이션의 인수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이로써 미국 유료방송 업계의 영원한 라이벌인 존 말론 리버티미디어 회장(차터커뮤니케이션 최대주주)과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회장의 경쟁은 로버츠 회장의 승리로 돌아갔다. 1990년대까지 케이블 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말론 회장은 타임워너 인수를 통해 업계에 화려하게 복귀할 계획이었다.

타임워너는 지난해 차터커뮤니케이션이 적대적 인수에 가까운 형편없는 제안을 해오자 컴캐스트가 인수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컴캐스트도 차터커뮤니케이션의 타임워너 인수를 도운 후 합병 기업의 특정 지역 케이블TV 가구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컴캐스트는 결국 단독 인수로 방향을 틀어 차터의 제안가(주당 132.5달러)보다 높은 158.82달러를 제시해 딜을 성사시켰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