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학교 일제히 문닫고 교통수단·항공편 올스톱
제설제 바닥, 외출 자제령…임신부 사망 등 피해 잇따라


미국 남부에 이어 워싱턴DC를 비롯한 수도권과 뉴욕·뉴저지 등 동북부 지역에 또다시 폭설과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연방정부가 문을 닫고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미국 방송들은 이번 폭설을 눈(snow)과 지구 종말을 가져올 정도의 대재앙을 뜻하는 아마겟돈(Amageddon)을 합쳐 '스노마겟돈'(snowmaggedon)이라고 표현하면서 피해 상황을 실시간 보도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수도권에는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지역에 따라 최고 30㎝ 이상의 폭설이 내린 데 이어 이날 밤까지 눈과 진눈깨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날 오전 6시까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메릴랜드주(州) 록빌에 28㎝의 눈이 내렸으며, 킹스턴에는 30㎝가 넘는 폭설이 쏟아졌다.

버지니아주 한인 밀집지역인 페어팩스 카운티도 20㎝ 이상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백악관을 포함한 각종 연방정부 기관과 연방 의회 의사당이 있는 워싱턴DC도 20.3㎝의 눈이 쌓였다.

연방 인사관리처(OPM)는 이에 따라 비상 인력과 재택근무 직원들을 제외하고 이날 하루 연방정부가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폭설에 따른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은 올겨울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상원 국방위원회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방부 로버트 워크 부장관 및 마이클 맥코드 차관 지명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연기하는 등 이날 워싱턴DC에서 예정됐던 각종 행사도 잇따라 취소, 연기됐다.

또 수도권의 대다수 대학과 초·중·고교, 연방 대법원, 공공시설들도 이날 문을 닫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눈폭풍으로 로널드레이건공항과 덜레스 국제공항의 활주로가 일시적으로 폐쇄됐으며, 이들 공항을 포함해 미국 동부에서 모두 7천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수도권 전철은 정상 운행하고 있으나 버스운행은 전면 중단됐고, 미국여행철도공사(암트랙)는 동북부 일대의 열차 운행편을 줄였다.

뉴욕 지역은 이번 겨울 들어 5번째 눈폭풍을 맞았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오는 14일 이른 오전까지 뉴욕과 뉴저지 등에 눈폭풍 경보를 발령했고 지역에 따라 최대 30㎝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뉴저지 등의 일부 학교들은 휴교했고 일부 기업은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그럼에도 학교 문을 열기로 결정해 교사 노조와 일부 학부모들의 비난을 샀다.

잇따른 폭설로 주민은 교통 혼잡 등의 불편을 겪고 있으며 당국은 천문학적인 제설 비용과 제설제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뉴욕과 뉴저지는 지난달까지 제설 비용으로 각각 6천만 달러와 7천만 달러 이상을 사용해 예년 수준을 훨씬 넘었다.

뉴욕과 뉴저지는 제설제도 부족해 당국이 눈을 치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일부 시는 제설제가 거의 떨어져 주요 도로에만 눈을 치우고 이면도로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이미 올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린데다 오후 늦게까지 눈이 계속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도로 제설 작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각 주 및 지방정부 당국은 주민들에게 가능하면 외출과 운전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와 마틴 오멀리 메릴랜드 주지사는 긴급 사태를 선포했다.

인명 및 재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남부에서 시작해 동북부 지방으로 올라오는 이번 눈폭풍으로 인해 최소 18명이 빙판길 교통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뉴욕시 브루클린에서는 임신부가 민간 제설 트럭에 치여 어머니는 숨졌으며 아기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생명을 구했으나 위험한 상태다.

또 버지니아주 교통부의 한 계약직원은 애시번에서 제설작업을 하던 중 제설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기도 했다.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앨라배마주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14개주의 75만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워싱턴·뉴욕연합뉴스) 강의영 이상원 이승관 특파원 keykey@yna.co.krhumane@yna.co.kr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