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서울 남산엔 정월小보름 안중근의 見利思義 見危授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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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리사의 견위수명 (見利思義 見危授命)” 1972년 8월 보물 제569-6호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 [부산 동아대 박물관 소장]에 담긴 글귀입니다. “이로움을 보았을 때에는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당했을 때에는 목숨을 바치라”는 뜻입니다.
이 글귀는 ‘충절의 상징’ 소나무 4만9300그루가 있는 서울 남산을 오르다 보면 키 큰 돌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0년 이 곳으로 이전한 ‘안중근기념관’의 기념비에 안 의사 손바닥 도장과 함께 세로로 이 여덟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기념비 주변엔 안 의사의 기개 넘친 동상이 서 있고요. [스마트폰 사진]
1909년 안 의사는 동지 11명과 죽음으로써 구국투쟁을 벌일 것을 손가락을 끊어 맹세한 뒤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가 러시아 재무상 코코프체프와의 회담을 위해 만주 하얼빈에 온다는 정보를 접하고 그를 처단키로 결심합니다.
그 해 10월 26일 하얼빈역에 들어가 역앞에서 러시아군의 군례를 받는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하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칩니다. 안 의사는 현장에서 러시아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는 뤼순(旅順)의 일본 감옥에 수감된 뒤 ‘1910년 2월 14일’ 벌어진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3월 26일 오전 10시 형이 집행돼 순국했고요.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 안중근 의사가 제국주의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지 100년을 훌쩍 넘긴 104주년인 오늘 2014년 2월 14일이 새롭게 주목받습니다.최근 일본 아베 총리가 턱도 아니게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고 비하한 것이 하나의 이유 입니다. 중국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현장에 추모 기념관을 설립한 (2014년 1월 19일) 것도 주목의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오늘 2월 14일은 특히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지고 젊은층에서 기념일로 자리잡은 ‘밸런타인데이’라는 사실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을 새롭게 조명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밸런타인데이는 1950년대 초 일본 제과 및 유통업체 (백화점)가 ‘상술’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고백해도 퇴짜 맞지 않는다)로 만든 정체 불명의 기념일에서 비롯했다는 게 정설로 통합니다.
때문에 이날은 그동안 비판의 도마 위에 자주 올랐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으며 화이트데이 등 또 다른 ‘~데이’를 창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한 지방자치단체 (경기도)가 주요 일간지에 ‘104년 전 이날 안중근 의사가 이토에 대한 처단의 의거에 따라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라고 광고를 실으면서 SN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했습니다.
또 현대적 의미로 밸런타인데이가 강조되는 2월 14일 오늘은 공교롭게도 달집태우기 등 다채로운 세시풍습이 행해지는 전통 명절 ‘정월大보름’과 겹쳤습니다. 조상들은 정월대보름 (음력 1월 15일)에 가장 큰 보름달이 뜰 것이라는 기대를 담아 이날에 한자 큰 大자를 넣어 이름 지은 게 특징입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정월대보름은 정반대라고 합니다. ‘정월小보름’이라는 얘긴데요. 이는 음력으로 따질 경우 이날 뜨는 보름달이 올해 12개 보름달 중 가장 작게 보이기 (천체의 겉보기 크기를 각도로 나타낸 시직경이 최소)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물론 양력 기준 갑오년 2014년의 최소형 보름달 (지구를 중심으로 타원형으로 공전하는 달이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멀어지는 원지점달)은 1월 15일 (음력 2013년 12월 15일)에 기록됐습니다.] 이에다 이날 뜬 보름달은 ‘월령’ 부족으로 완벽한 원을 형성하지 못하고 다음 날 뜨는 달에 미룬다고 합니다.
민간에선 정월대보름에 뜨는 달이 크든 작든, 또는 찌그러졌든 완벽하든 상관없이 이날 올 한해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속을 유지해 왔습니다. 2월 14일 밤 정월대보름 달을 마주하기 위해 서울 남산을 찾을 경우 ‘안중근 기념관’에 들러 ‘見利思義 見危授命’을 되새겨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이 글귀는 ‘충절의 상징’ 소나무 4만9300그루가 있는 서울 남산을 오르다 보면 키 큰 돌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0년 이 곳으로 이전한 ‘안중근기념관’의 기념비에 안 의사 손바닥 도장과 함께 세로로 이 여덟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기념비 주변엔 안 의사의 기개 넘친 동상이 서 있고요. [스마트폰 사진]
1909년 안 의사는 동지 11명과 죽음으로써 구국투쟁을 벌일 것을 손가락을 끊어 맹세한 뒤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가 러시아 재무상 코코프체프와의 회담을 위해 만주 하얼빈에 온다는 정보를 접하고 그를 처단키로 결심합니다.
그 해 10월 26일 하얼빈역에 들어가 역앞에서 러시아군의 군례를 받는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하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칩니다. 안 의사는 현장에서 러시아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는 뤼순(旅順)의 일본 감옥에 수감된 뒤 ‘1910년 2월 14일’ 벌어진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3월 26일 오전 10시 형이 집행돼 순국했고요.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 안중근 의사가 제국주의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지 100년을 훌쩍 넘긴 104주년인 오늘 2014년 2월 14일이 새롭게 주목받습니다.최근 일본 아베 총리가 턱도 아니게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고 비하한 것이 하나의 이유 입니다. 중국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현장에 추모 기념관을 설립한 (2014년 1월 19일) 것도 주목의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오늘 2월 14일은 특히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지고 젊은층에서 기념일로 자리잡은 ‘밸런타인데이’라는 사실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을 새롭게 조명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밸런타인데이는 1950년대 초 일본 제과 및 유통업체 (백화점)가 ‘상술’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고백해도 퇴짜 맞지 않는다)로 만든 정체 불명의 기념일에서 비롯했다는 게 정설로 통합니다.
때문에 이날은 그동안 비판의 도마 위에 자주 올랐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으며 화이트데이 등 또 다른 ‘~데이’를 창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한 지방자치단체 (경기도)가 주요 일간지에 ‘104년 전 이날 안중근 의사가 이토에 대한 처단의 의거에 따라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라고 광고를 실으면서 SN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이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했습니다.
또 현대적 의미로 밸런타인데이가 강조되는 2월 14일 오늘은 공교롭게도 달집태우기 등 다채로운 세시풍습이 행해지는 전통 명절 ‘정월大보름’과 겹쳤습니다. 조상들은 정월대보름 (음력 1월 15일)에 가장 큰 보름달이 뜰 것이라는 기대를 담아 이날에 한자 큰 大자를 넣어 이름 지은 게 특징입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정월대보름은 정반대라고 합니다. ‘정월小보름’이라는 얘긴데요. 이는 음력으로 따질 경우 이날 뜨는 보름달이 올해 12개 보름달 중 가장 작게 보이기 (천체의 겉보기 크기를 각도로 나타낸 시직경이 최소)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물론 양력 기준 갑오년 2014년의 최소형 보름달 (지구를 중심으로 타원형으로 공전하는 달이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멀어지는 원지점달)은 1월 15일 (음력 2013년 12월 15일)에 기록됐습니다.] 이에다 이날 뜬 보름달은 ‘월령’ 부족으로 완벽한 원을 형성하지 못하고 다음 날 뜨는 달에 미룬다고 합니다.
민간에선 정월대보름에 뜨는 달이 크든 작든, 또는 찌그러졌든 완벽하든 상관없이 이날 올 한해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속을 유지해 왔습니다. 2월 14일 밤 정월대보름 달을 마주하기 위해 서울 남산을 찾을 경우 ‘안중근 기념관’에 들러 ‘見利思義 見危授命’을 되새겨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