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싸이와 넛잡의 성공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사물인터넷(IoT) 또는 만물인터넷(IoE) 시대의 도래를 공감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인터넷 이용량이 컴퓨터를 앞서는 첫해가 될 것이라는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2020년에는 1인당 인터넷 연결기기 수가 약 6대에 이를 것이라는 시스코의 데이터 또한 초연결 사회로의 진입을 실감하게 한다.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혁신적인 변화 중의 하나는 플랫폼의 진화다. WEF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초연결 사회 주요 산업이 창출하는 가치 중 IoE가 차지하는 규모는 3조7500억달러에 이른다. 네트워크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양질의 저작물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이다. 2011년 전체 저작권산업의 부가가치는 121조8420억원으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9.86%에 달한다는 한국저작권위원회 통계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근거다.

저작권 산업은 이제 보다 큰 성장을 위해 숨을 고르고 멀리 봐야 하는 시점에 있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싸이의 성공이 한류의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면 토종 3차원(3D) 애니메이션 ‘넛잡’은 연일 비할리우드권 최초·최고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저작물 이용방법으로 인한 복잡한 이해관계와 저작권 관련 분쟁을 잘 풀어나가야 한다. 또 해외에서 한류 저작물이 권리처리에 대한 어려움 없이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글로벌 저작물 유통 플랫폼과 더불어 저작물 권리자들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 보호와 이용 활성화를 위한 균형적 가치 재설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창작-유통-소비-확대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저작권 선순환 체계 강화 및 상생 기반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릇과 덮개가 합쳐진 모양의 한자 ‘합(合)’에는 삼국지의 양수가 ‘인(人), 일(一), 구(口) 석자는 일인일구(一人一口)로서 모두가 함께 누리자는 뜻’으로 해석해 조조를 탄복시켰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화합에는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모두가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 위한 상생의 의미가 녹아 있다.

국가 간 저작물 유통 장벽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은 한류의 강물이 세계의 바다와 만나 한민족의 빛나는 문화가 전 세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한류 저작물이 우리 민족의 문화를 담아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글로벌 저작권 로드’ 건설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유병한 <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