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시장을 이기는 주식
많은 성장형 펀드 매니저가 시장지수를 따라가지 못한 게 여러 해인 것 같다. 그들은 스스로 바보가 된 것처럼 자책하지만 전통적 성장형 주식이 전반적으로 빛을 잃고 있는 데 따른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과거에는 가치주에 관심이 없었다. 이들은 주로 늙은 기업으로 성장은 끝났지만 그동안 번 돈을 회사에 쌓아 놓은 업체다. 자동차, 화학, 정유 등 대형 주도주가 살아 있었을 땐 가치주가 알짜 기업이라도 유동성 없는 이들에 눈 돌릴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우선주도 전형적인 가치주의 한 유형이다. 우선주가 보통주에 비해 크게 할인받았던 이유는 유동성이 적고, 시장지수에 편입되지 않아 증시의 대세 상승을 따라갈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장이 꺾인 상황에서는 이런 불리함이 해소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안정돼 갈수록 보통주와의 주가 괴리는 좁혀질 것이다.

가치주 외에 전통 성장주를 대체할 또 다른 분야는 ‘신성장동력’이다. 특히 높은 교육열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 인재가 어디로 가는지 살펴야 한다. 예를 하나 들면 염색체를 통한 진단과 치료 분야다. 4년 전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비용은 건당 2억원이었는데 지금은 1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즉 유전자 서열을 나열해주는 기계 1대당 성능이 20배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비용이 올해 안에 100만원으로 낮아질 것이고, 이미 10만원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기술도 준비돼 있다.

결국 우선주를 포함한 가치주, 그리고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등 한국 경제에서 새 살이 돋는 분야로 투자 대상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시장을 이길 수 있다.

김학주 < 한가람 투자자문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