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이달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디스플레이전시회(ISE)에서 선보인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전자광고판). 일본 파나소닉은 오는 10월부터 LG디스플레이로부터 디지털 사이니지용 대형 LCD 패널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이달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디스플레이전시회(ISE)에서 선보인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전자광고판). 일본 파나소닉은 오는 10월부터 LG디스플레이로부터 디지털 사이니지용 대형 LCD 패널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LG전자 제공
일본 파나소닉이 공항, 지하철역 등에 쓰이는 대형 전자간판 등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잡는다. 한국 전자업체에 밀려 주력인 PDP TV와 패널사업을 접기로 한 이후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으려는 시도다.

○다급한 파나소닉

아사히신문은 14일 “파나소닉이 LG디스플레이로부터 초고화질(UHD) ‘4K’ 액정 패널을 받아 업무용 전자간판에 활용할 방침”이라며 “오는 10월께 양사가 제휴한 제품이 세계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측도 “계약상 공급량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올가을부터 파나소닉에 상업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패널은 84인치와 98인치 등 대형 패널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은 이 패널을 이용해 전자광고판 등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 제휴는 두 회사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파나소닉은 2000년대 초반까지 PDP TV의 강자였지만 삼성과 LG 등 LCD TV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수년째 대규모 적자를 냈다. 결국 올 2분기부터 PDP TV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일본 효고현 PDP패널 공장도 작년 말 폐쇄했다.

PDP TV와 패널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파나소닉이 내세운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차랑용 오디오 시스템과 항공기용 인포테인먼트 등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상업용 디스플레이도 파나소닉이 주목하는 분야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패널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 주력한다는 전략에 따라 파나소닉과의 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미국 CES에서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와 함께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상업용 디스플레이 ‘활로’ 될까

LGD 손잡은 파나소닉, 부활의 날개 펼까
파나소닉은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기술과 자사의 화질 기술을 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특히 내부적으론 ‘타도 삼성’을 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수위를 달렸다. 2011년만 해도 시장점유율 18.1%로 글로벌 1위였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에 밀려 점유율이 급속도로 낮아지는 추세다. 2012년 파나소닉의 시장 점유율은 7.1%로 삼성전자(18.3%), 일본 NEC(9.9%)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삼성전자, NEC에 이어 LG전자, 샤프, 필립스에까지 밀려 6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점유율은 1.7%에 그쳤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대형 LCD 패널을 이용해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비해 파나소닉은 PDP 패널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에선 파나소닉이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NEC, LG전자 등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데다 LCD 패널을 외부에서 구입해야 하는 구조론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이태명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