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14일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54)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이 회장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은 이 회장은 항소할 경우 구속집행정지 기간 연장을 통해 계속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조성한 비자금을 운용하며 546억원의 조세포탈과 963억원의 횡령, 569억원의 배임 혐의로 작년 7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1657억원(조세포탈 546억원, 횡령 719억원, 배임 392억원)으로 줄여 공소장을 변경하고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해외컴퍼니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한 286억원 등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회장 측은 비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만으로 횡령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시간여 동안 이어진 선고 내내 흰 마스크를 쓴 채 두 눈을 감고 있던 이 회장은 실형 판결이 내려지자 휠체어를 이용해 법정을 떠났다.

이 회장의 변호인 측은 “개인 용도가 아니라 회사를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이었는데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현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기소됐지만 한 달 뒤 신장이식수술을 받으면서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