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짐작은 했지만 막상 수치로 드러난 결과는 실망스럽다. 정부가 IMF 등 국제기구의 새 기준에 맞춰 계산한 공공부채(일반정부 부채+비금융공기업 부채)는 2012년 말 기준으로 무려 821조1000억원에 달한다. GDP 대비 64.5%다. 국가채무(34.8%)나 일반정부 부채(39.7%)보다 훨씬 높다. 한국을 재정 건전국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채를 계산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의 국가채무 통계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만 계상한 협의의 지표였다. 발생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지만 국가채무에 비영리공공기관 채무 정도가 더해진 수준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이번에는 금융을 제외한 일반 공기업들이 모두 포함됐다. 하지만 이것조차 부채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각각 467조4000억원, 145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연금충당부채와 보증채무는 여기서도 빠졌다. 이것을 공공부문 부채와 합치면 1434조2000억원에 달해 GDP의 100%를 넘는다. 국민연금 부채는 아예 계산 밖이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 재정이 파탄난 남유럽 국가들과 전혀 다를 게 없다.

정부는 국제기준에 따라 연금충당부채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가마다 상황이 다 다르다. 국민연금은 더구나 나중에 큰 짐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부문 부채를 공개하는 것이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지만 오히려 이를 숨기면 더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문제는 국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복지예산 등으로 가속도가 붙은 일반정부 부채,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공기업 부채를 지금 잡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