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진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주택시장 활황기에 만들어진 규제까지 맞물려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매매가 소폭 늘어나면서 일부 사업추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심각한 불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각종 주택거래 규제는 대부분 풀렸지만,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 관련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0년 7월 공공관리제도 도입 이후 서울에서는 적용대상이 563개 단지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제도를 적용해 시공사 선정에 나선 단지는 남가좌동 가재울6구역 등 8곳에 그쳤다. 공공관리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지자체가 조합 운영비 등을 저리로 지원해주고, 지자체가 사업 진행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용 절차가 복잡한데다 공사비 심의 등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시공사 선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공공관리제의 의무 적용을 폐지하고, 공공관리를 활용하고 싶은 사업장에 한해 자율 적용하도록 자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관리제를 적용받는 단지의 시공사 선정 시기도 ‘사업시행인가 이후’가 아닌 ‘조합원 설립 인가’ 단계로 앞당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공사 선정이 빨라지면 금융권으로부터의 개발조달과 조합의 전문성 부족에 따른 사업지연 문제를 줄일 수 있어서다.

올해 말까지 적용이 유예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폐지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제도는 현재 주택정비시장 침체를 감안해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조합원 자산평가 및 새 아파트 분배 결정) 계획인가’를 신청하는 사업지에 대해 면제해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부동산시장 불황으로 재건축사업의 개발이익이 사실상 사라진 만큼 ‘한시적 부과 중지’가 아니라 ‘영구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재건축 초과이익은 미실현 개발이익에 부과하는 개발부담금과 중복성이 강하다”며 “현재도 재개발·재건축 단지 내에 임대주택을 의무 공급하고 있어 개발에 따른 이익이 환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곽창석 ERA코리아부동산 연구소장은 “서울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의 80%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라며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나 서울시 등은 경기침체로 멈춰 서 있는 재건축·재개발 구역의 사업 추진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추진부터 완공 시점까지 오른 집값 중 같은 지역의 정상집값 상승분을 뺀 나머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판단, 국가가 이익을 환수하는 제도. 이익이 가구당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대 50%까지 환수한다.

김진수/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