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병진 총괄셰프

김병진 총괄셰프 "백합조개로 국물낸 면 요리·젓갈 곁들인 생선…숨겨진 한식 맛 찾는 재미 쏠쏠"
병진 비채나 총괄셰프(39·사진)의 스마트폰 사진첩 안에는 수천장의 사진이 있다. 자연 풍경, 특이한 모양 건물, 예쁜 카페 인테리어 등 다양한 주제의 사진이었다.

취미가 사진 찍는 것이냐고 묻자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는 다소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3개월마다 70%의 메뉴를 바꾸는 비채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요리 아이디어를 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주변의 어떤 것에서든 영감을 얻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 셰프는 “봄 메뉴가 확정되는 것과 동시에 여름 메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며 “모든 셰프가 ‘죽을 각오’로 달려들어 아이디어를 짜낸다”고 덧붙였다. 비채나는 현재 봄 메뉴를 99% 확정했다. 식당 구성원이 함께 메뉴를 맛보는 내부 테스트를 최종 통과하면 다음달 3일부터 ‘싱그러운 봄 요리’가 고객을 맞는다.

현재 비채나 주방에는 김 셰프를 포함해 9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를 제외한 8명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셰프들이다. 김 셰프는 “젊은 한식 셰프가 늘어나면서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한식이 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숨겨진 한식의 맛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고객이 백합 조개로 국물을 낸 면 요리를 먹고 ‘한식에는 구수한 맛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청량감이 느껴지는 맛도 있다니 놀랍다’고 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셰프는 “생선요리에서 맛볼 수 있는 ‘비릿함’도 숨겨진 진짜 한식의 맛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비릿한 맛을 없애는 대신 비릿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김 셰프는 ‘젓갈’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생선보다 더 비리지만 익숙한 느낌인 젓갈을 함께 내놓으면 생선의 비릿한 맛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셰프는 중식당 ‘시안’에서 요리를 배우다 한식에 관심이 생겨 2003년부터 한식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12년 비채나가 문을 열자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미국 나파밸리, 브라질 상파울루,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등 해외 만찬에서 한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