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소치가 사랑에 빠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수들에게 연인의 사랑은 안정감을 줘 큰 힘이 되곤 한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소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사랑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쇼트트랙 박승희-이한빈 커플

박승희-이한빈 커플
박승희-이한빈 커플
두 번이나 넘어지면서도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 메달을 선사한 여자 쇼트트랙 대표 박승희(22)는 태릉선수촌 커플이다. 지난 13일(한국시간)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한국 선수로는 16년 만에 동메달을 딴 박승희의 남자 친구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 이한빈(26)이다. 두 사람은 10년 넘게 대표팀 선후배로 지내다가 이한빈이 2년 전 박승희의 생일에 사랑을 고백하며 연인으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촌에서 힘든 훈련을 할 때 서로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박승희는 “(이한빈) 오빠는 굉장히 어른스럽다. 평소에 덜렁대는 저를 오빠가 잘 챙겨준다. 선수촌에서 함께 있으면서 오빠에게 많이 의지한다”고 말했다. 이한빈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박승희-이한빈 커플은 사랑의 힘으로 소치에서 동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한빈은 지난 10일 남자 1500m에서 6위에 그쳤지만 15일 열리는 1000m 경기에서 메달을 따 박승희와 함께 메달을 들고 돌아가겠다는 각오다.

이상화-이상엽 커플
이상화-이상엽 커플
‘빙속여제’ 이상화(25)는 지난 11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남자 친구도 은근한 외조로 힘을 보탰다. 이상화의 남자 친구인 이상엽 해군 중위(26)는 경기가 열리던 당시 이상화에게 알리지 않고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했다. 여자 친구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부대장에게 휴가를 받아 소치에 왔지만 연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연락을 하지 않았고 금메달을 딴 뒤 잠시 만나 기쁨을 함께했다. 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이 중위는 대학 졸업 뒤 선수 생활을 끝내고 현재 해군특수전전단 소속 정훈장교로 복무 중이다. 이들은 2011년 한·일 청소년 스포츠교류대회 때 일본에 가서 처음 알게 됐고 우정을 사랑으로 키웠다. 이상화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너와 함께한다는 건 치명적 매력’이라고 사랑을 표현한 적이 있다.

○김지선-쉬샤오밍, 한·중 컬링 커플

김지선-쉬샤오밍 커플
김지선-쉬샤오밍 커플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여자 컬링 대표팀 스킵(주장) 김지선(27)은 중국 남자 컬링대표팀 쉬샤오밍(29)과 부부 사이다. 김지선이 중국 하얼빈으로 컬링 유학을 떠난 2007년 둘은 처음 만났고 지난해 5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올림픽 준비를 위해 신혼여행도 미루고 훈련에 매진했다.

부부가 함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소치에서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 보는 이에게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양국 대표팀이 전략 누설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 ‘접촉금지령’을 내려서다.

식사시간에 선수촌 카페테리아에서 만나 한두 마디 나누는 게 전부다. 이런 김지선에게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는 아이러니한 날이었다. 남편의 조국인 중국의 여자 컬링 대표팀과 4강 진출을 위한 결전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29)은 연인 우나리 씨(30)의 내조에 힘입어 전성기에 버금가는 실력을 회복했다. 우씨는 10년 이상 안현수의 팬클럽에서 활동했으며 두 사람은 2011년 1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안현수-우나리 커플
안현수-우나리 커플
우씨는 러시아로 건너간 안현수를 위해 러시아어까지 공부하며 러시아 현지에서 외로움을 겪던 안현수에게 큰 힘이 됐다.

이번 올림픽에도 안현수의 통역 자격으로 소치에서 안현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돕고 있다. 안현수는 8년 만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남자 500m 동메달을 획득했으며 5000m 계주에서도 결승에 진출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