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외도 - 박완호(1965~ )
그리움의 거처는 언제나 바깥이다 너에게 쓴 편지는 섬 둘레를 돌다 지워지는 파도처럼 그리로 가 닿지 못한다

저마다 한 줌씩의 글자를 물고 날아드는 갈매기들, 문장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바깥을 떠돌다 지워지는 저녁, 문득 나도 누군가의 섬일 성싶다

뫼비우스의 길을 간다 네게 가닿기 위해 나섰지만 끝내 다다른 곳은 너 아닌, 나의 바깥이었다

네가 나의 바깥이듯 나도 누군가의 바깥이었으므로, 마음의 뿌리는 늘 젖은 채로 내 속에 젖어 있다

그리운 이여, 너는 항상 내 안에 있다


어쩌면 우리 삶이 ‘뫼비우스의 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디론가 끊임없이 걸어가지만 가닿는 곳은 자주 목적지가 아닌 한 발자국 옆. ‘너 아닌, 나의 바깥’입니다. 드넓은 바다를 보고 싶다며 떠나지만 우리는 바다 한가운데로 가지 못합니다. 땅의 ‘바깥’을 딛고 바다를 그리워할 뿐…. 사랑도, 대개 누군가의 바깥에 머무는 일입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