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 삼성그룹, "끊임없이 혁신"…파격 아이디어 통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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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인재 1년 주거비 등 지원
수시로 인사·발탁 승진 확대
수시로 인사·발탁 승진 확대
“매년 700~800명의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 행사. 경영진 중 가장 먼저 발표대에 선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핵심 가치를 인재제일주의에 두고 인적자원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정보기술(IT)업계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면서 새 환경에 맞는 인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며 “2013년 인력 부문 지출만 180억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처럼 막대한 자원을 인재에 쓴다. 이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인재제일주의’ 철학에 기반한다. 인재에 대한 이 회장의 사랑은 ‘집착’이라고 부를 만큼 상상 이상이다. 고교 동창인 홍사덕 전 국회의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고등학생 시절에도 “나는 사람에 대한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 회장이 이처럼 인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현실적이다. 그는 “반도체 라인 1개를 만들려면 30억달러가 드는데 누군가 회로선 폭을 반만 줄이면 생산성이 높아져 30억달러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천재 한 명이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얘기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삼성 사장들은 핵심 인재를 모으느라 항상 바쁘다. 2002년부터 사장 평가에 월별 핵심 인재 확보 실적이 반영되고 있어서다. 이 회장이 2003년 6월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 20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천재경영론을 제기한 뒤 삼성은 세계를 상대로 인재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현재 삼성전자에는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인력이 6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에도 1000명이 훨씬 넘는 외국인 핵심 인재들이 일하고 있다. 인재는 확보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들을 키우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적재적소에 배치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삼성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삼성전자 인사팀이 지난해 펴낸 ‘하이브리드삼성: 혁신이 묻고 인사가 답하다’ 책자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치열하게 경쟁하되 따뜻하게 배려한다’ ‘자율과 창의 속에 원칙을 준수한다’ ‘다양성 속에 한방향 일체감을 유지한다’ 등의 5가지 패러독스(역설)를 해결 과제로 정하고 이를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애플·구글 등 창의력을 기반으로 IT 분야를 선도하는 회사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창의성 확보 △글로벌 인재 육성 △다양성 확대 등 과제를 안게 됐지만, 여기에 △깨끗한 조직문화 △일체감 유지 등 기존 삼성 특유의 장점은 지켜야 해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자율과 창의를 기업문화로 만들기 위해 자율출근제와 복장 자율화, 근무공간 혁신을 근간으로 한 워크스마트를 정착시키고 있다. 최근엔 파괴적 혁신을 위해 ‘깨는’ 아이디어를 낸 임직원에게 1년 동안 돈과 공간, 시간을 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도록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랩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관리의 삼성’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시스템과 깨끗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뛰고 있다.
또 조직에 지속적으로 긴장감과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해 수시인사·수시조직개편과 발탁 승진 등을 확대하고 있다. 32만6000명의 임직원 중 외국인이 60%인 20만명을 넘으면서 해외 인재에게 주거비 등 모든 비용을 지원해 1년간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일하게 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2009년 시작했다. 해외에 한국인 임직원을 파견할 때는 삼성이문화적응지수(SCAI)를 측정해 다른 문화를 이해할 자세가 돼 있는 사람을 내보낸다.
2009년부터는 해외지역 총괄장을 대상으로 어세스먼트센터를 만들어 해외영업을 책임질 수 있는지 자질 및 역량검사를 강화했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전 세계 217개 사업장에 수많은 임직원이 있는 거대한 조직이지만, 여전히 잘 돌아간다. 원기찬 전 삼성전자 인사팀장(현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전자의 성공 요인은 많지만 창업 초기부터 경영이념으로 굳건히 지켜왔던 인재제일, 즉 인재에 대한 최고경영층의 관심과 이들을 확보하고 양성,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작년 11월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 애널리스트데이 행사. 경영진 중 가장 먼저 발표대에 선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핵심 가치를 인재제일주의에 두고 인적자원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정보기술(IT)업계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면서 새 환경에 맞는 인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며 “2013년 인력 부문 지출만 180억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처럼 막대한 자원을 인재에 쓴다. 이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인재제일주의’ 철학에 기반한다. 인재에 대한 이 회장의 사랑은 ‘집착’이라고 부를 만큼 상상 이상이다. 고교 동창인 홍사덕 전 국회의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고등학생 시절에도 “나는 사람에 대한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 회장이 이처럼 인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현실적이다. 그는 “반도체 라인 1개를 만들려면 30억달러가 드는데 누군가 회로선 폭을 반만 줄이면 생산성이 높아져 30억달러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천재 한 명이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얘기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삼성 사장들은 핵심 인재를 모으느라 항상 바쁘다. 2002년부터 사장 평가에 월별 핵심 인재 확보 실적이 반영되고 있어서다. 이 회장이 2003년 6월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 20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천재경영론을 제기한 뒤 삼성은 세계를 상대로 인재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현재 삼성전자에는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인력이 6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에도 1000명이 훨씬 넘는 외국인 핵심 인재들이 일하고 있다. 인재는 확보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들을 키우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적재적소에 배치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삼성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삼성전자 인사팀이 지난해 펴낸 ‘하이브리드삼성: 혁신이 묻고 인사가 답하다’ 책자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치열하게 경쟁하되 따뜻하게 배려한다’ ‘자율과 창의 속에 원칙을 준수한다’ ‘다양성 속에 한방향 일체감을 유지한다’ 등의 5가지 패러독스(역설)를 해결 과제로 정하고 이를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애플·구글 등 창의력을 기반으로 IT 분야를 선도하는 회사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창의성 확보 △글로벌 인재 육성 △다양성 확대 등 과제를 안게 됐지만, 여기에 △깨끗한 조직문화 △일체감 유지 등 기존 삼성 특유의 장점은 지켜야 해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자율과 창의를 기업문화로 만들기 위해 자율출근제와 복장 자율화, 근무공간 혁신을 근간으로 한 워크스마트를 정착시키고 있다. 최근엔 파괴적 혁신을 위해 ‘깨는’ 아이디어를 낸 임직원에게 1년 동안 돈과 공간, 시간을 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도록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랩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관리의 삼성’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시스템과 깨끗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뛰고 있다.
또 조직에 지속적으로 긴장감과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해 수시인사·수시조직개편과 발탁 승진 등을 확대하고 있다. 32만6000명의 임직원 중 외국인이 60%인 20만명을 넘으면서 해외 인재에게 주거비 등 모든 비용을 지원해 1년간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일하게 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2009년 시작했다. 해외에 한국인 임직원을 파견할 때는 삼성이문화적응지수(SCAI)를 측정해 다른 문화를 이해할 자세가 돼 있는 사람을 내보낸다.
2009년부터는 해외지역 총괄장을 대상으로 어세스먼트센터를 만들어 해외영업을 책임질 수 있는지 자질 및 역량검사를 강화했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전 세계 217개 사업장에 수많은 임직원이 있는 거대한 조직이지만, 여전히 잘 돌아간다. 원기찬 전 삼성전자 인사팀장(현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전자의 성공 요인은 많지만 창업 초기부터 경영이념으로 굳건히 지켜왔던 인재제일, 즉 인재에 대한 최고경영층의 관심과 이들을 확보하고 양성,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