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후 70% 이상 구매···타보지도 않고 악플은 왜?"
"가격이 비싸다", "차가 너무 작아진 것 같다", "신형 모델 망했다"
올뉴 카렌스(이하 뉴 카렌스) 오너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안타깝다고 한다. 카렌스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일까.
"인터넷 포털 접속해서 뉴 카렌스를 검색해 보세요. 댓글 공간에 악플이 많습니다. 그런데 악플 단 사람들은 차를 타보지도 않고 쓴소리부터 하죠. 몹시 안타깝습니다."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만난 뉴 카렌스 최강동호회 '클럽RP' 운영위원장 박무원 씨(37)는 "회원들 10명 중 7명은 시승 먼저 해본 뒤에 구매를 결정했다"며 카렌스를 지지했다.
그는 "뉴 카렌스를 타보면 기대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다는 말을 회원들이 많이 한다"면서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차는 타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카렌스를 오랜기간 타면서 장점도 많고 정이 들어 현재 2대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신차가 나와 카렌스 디젤을 곧바로 구매했으며, 이전 카렌스 LPG는 중고차로 팔지 않고 아내가 타고 있다.
◆ "아빠들이 반했다"···유아용 시트 장착도 편리
지난해 3월 기아차는 3세대 카렌스를 내놨다. 1999년 시작된 카렌스의 역사가 올해로 벌써 16년째다.
그동안 카렌스는 가정에 충실한 아빠들의 든든한 애마였다. 승용과 SUV의 장점을 조합한 미니밴 스타일을 원했던 운전자들이 카렌스를 찾았으며, 내수 시장에선 43만대가 팔렸다.
"카렌스는 SUV보다 지상고가 낮고 승용차 보다 뒷좌석 공간이 넓어 유아용 카시트 이용이 무척 편리해요. 아기를 키운다면 카렌스가 참 좋습니다."
잘 생기지도 않고 고급스런 이미지도 없는 차였어도 유지 비용이 싸고 실용적인 면이 강해 나름 틈새 시장을 공략했던 것.
2007년 이후 8년째 카렌스만 고집하고 있는 박 씨도 이같은 이유가 컸다고 한다. 딸이 갓난 아기였을 때 유아용 시트는 늘 뒷좌석에 함께 했다.
박 씨 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들도 대부분 카렌스 장점으로 넉넉한 실내공간, 저렴한 유지비, 편안한 승차감 등을 꼽는다고 밝혔다.
이른바 '가족형 자동차(패밀리카)'를 찾는 운전자에게 카렌스는 가장 적합한 차량이라고 박씨는 강조했다. ◆ 정모도 가족모임···"우린 세차도 같이"
박씨는 2012년10월 신형 카렌스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한 뒤 동호회를 꾸렸다.
기아차가 신형 카렌스를 출시한 시기는 이듬해 3월로, 다섯 달 먼저 동호회를 만들고 2세대 카렌스를 타던 회원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후 모임 활성화를 위해 지방에 사는 카렌스 오너들을 만나면서 규모를 키워 나갔다.
현재 회원수는 약 3만5000명. 회원들 연령대는 30대부터 50대까지 폭넓다. 여성보단 아무래도 가장들이 많다.
이 동호회의 강점은 기아차 공식지정 동호회로 인정받아 오프라인 모임을 가질 땐 기아차로부터 무상점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클럽RP 회원들은 전국 각 지역별로 모임을 갖고 정모 후기를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 서로 간의 친목을 도모한다. 모임이 있을 땐 아이들도 아빠 차와 똑같은 차를 타고 다니는 아저씨들을 만나러 간다.
카렌스 특유의 가족 친화적인 이미지가 있어서일까. 박씨는 "카렌스는 가족형 차량 성격이 강해 정모 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회원 전용 액세서리 용품을 차량에 부착할 수 있는 것도 회원들만 가능하다. 트렁크 범퍼 보호대가 없어 짐을 싣고 내릴 때 범퍼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용품인 '범퍼 스탭 패드' 등이 대표적이다.
차량이 지저분하다 싶으면 셀프 세차장을 찾아 세차도 함께 한다. 그야말로 가족 같은 동호회다.
"그동안 지역별 소규모 모임을 자주 가졌어요. 오는 6월께 동호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1박2일 전국 단위의 정모를 가질 예정입니다." ◆ "우리 동호회 와서 카렌스 시승 하세요"
동호회는 신형 카렌스를 구매하고 싶은 대기 수요자를 위해 시승 기회도 제공한다. 구매 이전 회원 가입을 하고 정모에 참석하면 회원들이 카렌스를 빌려주고 시승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고.
"기아차 매장에 가면 고객들이 시승할 수 있는 카렌스가 별로 없습니다. 카렌스 구매 희망자인데 차를 먼저 타보고 싶어서 모임에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오는 분들도 있어요. 전시장에 갔더니 시승할 수 있는 차가 없더라는 거죠."
신차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운전자들과 함께 시승도 하는 이유는 신형 카렌스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서다.
회원들은 한국에서 승용·SUV 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차량이지만, 다른 차급의 자동차에선 찾아보기 힘든 장점과 매력이 많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씨는 "기아차가 앞으로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마케팅을 기획한다면 뉴 카렌스도 지금보단 더 팔리지 않을까 싶다"며 "30~40대 기혼자를 상대로 시승 체험 행사나 2박3일 대여 이벤트를 많이 만들어 주면 효과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