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일 피자헛 사장은 “기업 경영은 외발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 넘어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일 피자헛 사장은 “기업 경영은 외발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 넘어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니 올해부터는 카페형 매장을 내는 등 양적으로 확대할 겁니다. 기업은 외발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해서 혁신이란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언제 넘어질지 모르거든요.”

이승일 한국 피자헛 사장(53)은 17일 기자와 만나 “정체하는 것보다 실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도전정신’은 다채로운 이력에서도 드러난다. 씨티은행, 펩시콜라, 야후닷컴을 거쳐 삼성전자 미디어총괄 전무에서 2008년 피자헛 사장으로 부임했다. “도전 자체가 즐거워 새로운 영역에 계속 진출했다”고 그는 말했다.

피자헛 사장이 돼서도 그의 도전정신은 빛을 발했다. 8년 연속 줄어들던 피자헛의 매출을 증가로 반전시켰고, 영업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피자헛 사장으로 스카우트될 때 피자헛은 속된 말로 ‘지는 해’였다. 그는 사장 부임 후 사무실이 아닌 매장으로 출근했다. 두 달 동안 직접 피자를 배달하고 매장을 청소하면서 직원들과 소통채널을 만들었다.

이 사장은 매너리즘 타파와 노후한 이미지 혁신도 시도했다. “피자헛은 별다른 경쟁자도 없이 승승장구했던 것이 문제”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주요 매장 이름을 ‘파스타헛’으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하루 만에 매출이 30% 떨어졌고 매출이 회복되기까지 아홉 달이 걸렸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비싸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중저가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물이 일명 ‘찰도우’로 불리는 피자용 빵이다. 공기를 많이 넣어 쫀득쫀득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그의 아이디어인 1인용 피자도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본사에선 이 사장의 혁신에 주목, 올해부터 태국법인도 그에게 맡겼다. 찰도우는 전 세계 매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혁신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달에는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청계천에 카페형 매장인 ‘피자헛키친’을 열었다”며 “소규모 매장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60개의 새 점포를 내 매장 수를 400개 가까이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정부의 출점 제한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범거래 기준’(피자업종은 1500m 안에 신규 출점 제한)을 마련했을 때도 ‘준수 불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비록 3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커피와 함께 피자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신청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한국의 피자 시장은 피자헛이 개척했는데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