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 주류와 비(非)주류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전대) 개최 시기를 놓고 양 계파가 팽팽한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지역 당협위원장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를 놓고 ‘파벌’ 논란이 벌어지는 등 당내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친박 지도부가 득세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 대립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전대 시기를 둘러싼 주류·비주류 간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경환 원내대표 등 친박 지도부는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등 선거 대비를 위해 전대 시기를 5월에서 8월로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이(친이명박)계 등 비주류 의원들은 “4, 5월 조기 전대로 새 지도부를 구성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6, 7월 전대’를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함진규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대 시기를 지방선거 이후, 재·보궐선거 이전인 6월 말에서 7월14일 사이에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며 “구체적인 날짜는 당내 의견을 추가 수렴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비주류 의원들이 여전히 6·4 지방선거 이전에 전대를 열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한 재선 의원은 “전대 시기를 일방통행식으로 연기하려고 하는 현 지도부의 독단적인 처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의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친박계와 친이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현재 18대 국회에서 이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나경원 전 의원과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경쟁 구도로 좁혀진 상태다.

당 일각에서는 친박 세력이 지 전 대변인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친이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급기야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중구 지역 당원 200여명은 지난 16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주영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공석이 된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를 두고도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은 선거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 실시 등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과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장은 향후 선거 공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계파를 떠나 중립 성향의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