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왼쪽부터)·김보람·권령은 씨가 개성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보라(왼쪽부터)·김보람·권령은 씨가 개성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 4~9일 일본 요코하마시에서 열린 ‘제18회 요코하마 댄스컬렉션EX’는 한국 안무가들의 잔치였다. 10개국에서 참가한 152명의 경쟁자를 뚫고 한국의 젊은 무용가 3명이 프랑스대사관상, 심사위원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주인공인 권령은(32)·김보라(32)·김보람(31) 씨를 최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만났다.

“한국의 경쟁 시스템이 좋은 성과를 낸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무용하는 인구는 많은데, 설 무대는 한정돼 있어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거든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 게 국제무대에서도 통한 것 같습니다.”(김보람 씨)

이 대회는 일본 요코하마시와 주일 프랑스대사관이 젊은 안무가를 키우기 위해 1996년부터 열고 있는 국제 창작안무 콩쿠르다. 첫 작품을 발표한 지 15년이 넘지 않은 무용가들이 치열한 경합을 펼친다. 자아성찰을 표현한 작품 ‘나를 위한 기술’로 프랑스대사관상을 받은 권씨는 “세계 유수의 공연 바이어들이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이 대회를 찾기 때문에 수상 여부를 떠나서 안무가들의 등용문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올여름 프랑스국립안무센터에서 6개월간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LDP무용단에서 활동 중인 김보라 씨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몸짓으로 표현한 작품 ‘혼잣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상금 20만엔과 내년에 신작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 및 작품 제작비를 지원받는다. 그는 “최근 국제 무용계에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 대회에도 세계 유명 페스티벌의 감독들이 참석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저를 눈여겨본 한 바이어가 스페인과 헝가리의 페스티벌에 참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기뻐했다.

김보람 씨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한 차례 긴급 회의를 열었다. 그의 출품작 ‘미스테이크’에 상을 주고 싶었으나 이미 다른 수상작을 정해 놓은 상황이었기 때문. 심사위원들은 올해에만 특별히 심사위원상 장려상을 신설해 김씨에게 수상했다.

현대무용가들이 해외에서 활발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스스로를 배고픈 직업이라 말할 만큼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 춤추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해 비무장지대를 열흘간 횡단하면서 공연을 했어요. 작은 시골 동네였죠. 태어나 처음 현대무용을 본 할머니 한 분이 꼬깃꼬깃한 1만원짜리를 쥐여주며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우리 가게 앞에서 이런 공연을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춤추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어요.”(권령은 씨)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