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 사우디에 車공장 짓는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동차 공장 설립 사업을 추진한다. 사우디에서 자동차를 조립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의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기로 했다. 계약 상대방은 사우디 알사파르그룹 계열 자동차 회사로, 투자 비용은 10억달러 정도다. 이 프로젝트에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도 투자할 예정이다.

17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는 19일 압둘 라흐만 알 모파드 PIF 총재와 만나 이 같은 자동차 공장 설립 프로젝트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건설하는 자동차 공장은 2017년부터 연간 15만대를 생산하게 된다. 공장 부지는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 주변과 해안가에 있는 담맘 두 곳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우디의 목표는 자체 브랜드의 2000~2400㏄급 ‘국민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앞으로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고, 나아가 걸프협력국가(GCC)로 수출까지 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술 이전과 부품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대우 시절 노하우 살려 '10억달러 프로젝트' 수주

생산에 필요한 투자비용 10억달러 중 일부분은 PIF가 댈 예정이다. 대우인터내셔널도 일부 지분 투자(합작)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산이 시작되면 사우디는 GCC 소속 국가 중 처음으로 자동차 생산국이 된다. 이슬람 지역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는 경쟁국인 이란처럼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사우디 자동차 시장에선 해마다 약 70만대가 새로 팔린다. 한국의 절반 정도다. 이 때문에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말레이시아와의 협력 등을 통해 자동차 생산을 추진해왔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사우디는 이후 2012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과 접촉해 2년여에 걸쳐 자동차 생산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사우디에 자체 브랜드 공장을 지어줄 유인이 없고, 사우디가 그간 접촉했던 업체들은 자동차 설계나 부품 조달 능력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우인터내셔널은 과거 (주)대우 시절 해외 자동차공장 운영 경험이 있고 자동차부품본부를 별도로 두고 1조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알 모파드 총재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델파이 등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방문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사업을 총괄할 경우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을 사우디에 납품하고, 포스코건설이 공장 설립에 참여하는 등 그룹 전체에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