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국면으로 접어드는가 했던 우크라이나의 반정부 시위 사태가 18일(현지시간) 과격 시위대와 경찰 간 유혈 충돌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 우크라이나 인터넷 뉴스 통신 뉴스루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에서 과격 야권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해 시위대 여러 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에서도 여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 의원 레샤 오로베츠는 이날 자신의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야권 응급센터가 차려진 (키예프 시내) 장교의 집에 시위 참가자 3명의 시신이 있다. 다른 7명도 사망 직전이다. 당국은 응급차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현지 의사인 올가 보고몰레츠도 언론 인터뷰에서 야권 시위대 3명의 사망을 확인했다. 야권은 이날 경찰과의 충돌로 인한 부상자도 150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부상자 대부분은 경찰이 발사한 섬광 폭음탄에 피해를 입었다고 야권은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은 아직 야권 시위대 사망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에 모여 있던 시위대 수천명이 그루셰프스카야 거리에 있는 의회 건물 쪽으로 가두 행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날 의회에서는 새 총리 후보와 개헌 문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경찰이 시위대의 의회 방향 이동을 막아서자 일부 과격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을 향해 보도블록을 던지기 시작했고 경찰이 이에 맞서 폭음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충돌이 격화했다. 일부 시위대는 타이어에 불을 붙이고 거리에 세워져 있던 트럭을 불태우는 등 과격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과격 시위대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여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과격 시위대와 경찰 간 유혈 충돌 사태는 앞서 지난달 의회에 의해 채택된 사면법 이행 차원에서 사법당국이 체포됐던 야권 지지자들을 모두 석방하고 야권은 점거 중이던 관청 건물에서 철수하면서 협상 분위기가 조성돼 가던 가운데 터졌다.

이로써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 조기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의 쟁점을 놓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던 정부와 야권의 향후 행보가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