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민 기자 ] 이랜드그룹이 영국 아웃도어 브랜드 버그하우스와 결별한다. 지난해 말로 만료된 라이선스 계약을 경신하지 않고 올 상반기 안에 영업중인 버그하우스 매장을 모두 닫기로 했다. 지난해 시작한 자체 아웃도어 제조·직매형 의류(패스트패션·SPA) 브랜드인 '루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정이다.

사진제공:센터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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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19일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경쟁 심화 속에서 브랜드 솎아내기 및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웃도어 상위업체로의 진입장벽이 보다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고민과 발빠른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아웃도어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지만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낙오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LS네트웍스가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크 퍼포먼스' 사업을 정리했고, 아웃도어 멀티숍 '웍앤톡' 사업도 중단했다.

최근 몇년간 불황 속에서도 아웃도어 시장이 돋보이는 매출 성장을 구가하면서 의류업체들이 잇따라 참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연령대 등을 다양화하기 위해 세컨브랜드 격인 브랜드들을 함께 전개하기도 한다. 블랙야크의 '마모트', 네파의 '이젠벅', 밀레의 '엠리미티드' 등이다.

최근 패션그룹형지가 스위스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 아시아 판권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아웃도어 상표권 인수 움직임도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브랜드 정체성이 불분명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브랜드들은 잇따라 시장에서 낙오되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그동안 각 브랜드들이 유통망 확충 움직임 등에 편승해 시장이 꾸준히 덩치를 키울 수 있었지만 향후 매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상위 3사(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의 매출 규모가 2조원을 상회할 정도로 몸집이 불어난 상황에서 국내에서 추가적인 유통망 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사진제공: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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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매출 상위 3사의 합산 대리점 수가 2000개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출점이 어려워 보인다"며 "상위업체로의 진입장벽이 보다 공고해졌고 신규 브랜드들이 과도한 마케팅비 집행으로 힘겨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내 경쟁 뿐만 아니라 대외상황도 녹록지 않다. 병행수입 규제 완화로 고가 패딩 수입이 올해도 늘어날 전망이고, 해외 직접구매 유행도 부담 요인이다. 두해동안 유행을 탄 '헤비다운'이란 효자상품 이후 추가적인 히트상품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란 점도 업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캠핑산업 종합 전망 경기실사지수(BSI)는 68을 기록했다. 기준치(100)를 하회해 캠핑산업 관련 업체들이 경기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아웃도어시장 상위권에 영역을 확고히 잡은 브랜드들은 해외시장 공략 채비와 함께 제품군 영역을 다방면으로 넓히고 있다. 골프와 스키를 비롯한 일반 스포츠복과 아동복, 생활 캐주얼 라인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활동 영역 다양화에 힘입어 아웃도어 시장의 매출 성장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패션연구소에선 올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를 전년 6조9000억원 대비 16% 증가한 약 8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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