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부펀드가 전통적인 투자처였던 에너지 부문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미국과 유럽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세계 5위 규모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지난해 말 이후 에너지업체 지분을 15억달러(약 1조5980억원) 이상 매각했다. 여기에는 미국 전력업체 AES와 홍콩증시 상장업체인 GCL-폴리에너지 그리고 중국의 풍력발전업체 두 곳이 포함돼 있다. 한 관계자는 “CIC는 오일샌드 관련 자산 등을 추가적으로 매각할 예정”이라며 “CIC의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CIC가 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하면서 신흥국 시장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기업들의 투자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소비 중심으로의 경제모델 전환도 CIC의 투자방향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대형 인프라와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줄어들면서 CIC가 원자재 확보 대신 투자수익률 제고로 눈을 돌릴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딩쉐둥 CIC 회장은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미국 경기회복은 가속화하고 있으며 유럽도 잠재력이 풍부하다”며 “그러나 신흥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자본 유출로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CIC는 최근 미국 내 대형 쇼핑몰을 보유한 제너럴그로스프로퍼티와 부동산투자신탁인 라우즈프로퍼티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재 토론토에 있는 북미 본부를 뉴욕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만일 CIC가 뉴욕으로 거점을 옮기면 사모펀드와 부동산 등 미국 자산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딩 회장은 “현재 CIC 자산 중 절반은 선진국이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선진국 투자 비중 확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