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유력 후보지로 꼽히는 강원 철원군 동성읍 홍원리. 민간통제구역(민통선) 내 평화전망대에 오르니 넓은 DMZ가 한눈에 들어왔다. 남북한 군 초소가 약 1㎞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고 북한 측 선전마을도 보였다. 천연기념물 겨울 철새인 두루미 떼도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6·25전쟁 격전지였던 백마고지도 눈에 들어왔다. 경원선의 옛 철원역사는 잡풀에 묻혀 있고 북한 노동당사는 폭격 흔적만 남긴 채 서 있었다. 경원선의 간이역이었던 월정역사, 역사 앞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전쟁의 상흔으로 다소 을씨년스러운 모습과 달리 요즘 이곳은 ‘세계평화공원 유치’ 등 각종 현수막이 내걸리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 후보로 뽑히기 위해 강원 철원군과 고성군, 경기 파주시 등 3곳이 유치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평화공원 입지 6월께 윤곽

전쟁의 상흔과 자연생태가 잘 보전된 DMZ를 세계평화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은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하면서 구체화됐다. 통일부는 올해 30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건설 계획이 수립되면 북한에 사업 참여를 제안할 방침이다.

총 사업비 2500억여원으로 인접 지역에 있는 관광자원과 연계해 복합관광을 할 경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에 제안할 후보지는 오는 6월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상징성 내세운 뜨거운 유치전

이들 3개 지자체는 입지 타당성과 상징성을 내세우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철원군은 행정개혁시민연합(공동대표 박종선) 등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DMZ 세계평화공원 철원유치위원회’를 만들고 범군민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1만6000여명이 서명했다. 철원군은 한반도의 중심인 데다 휴전선의 약 30%에 해당하는 70㎞가 철원을 통과하고 노동당사, 백마고지 등 분단의 상흔이 많다는 점을 들어 적격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세계평화공원이 조성되면 백마고지 앞에 북한 주민이 열차를 타고 남한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신남북평화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광종 철원군 정책개발팀장은 “철원은 파주 등 다른 DMZ와 달리 남북한이 DMZ를 절반씩 점유해 세계평화공원을 공동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철원 DMZ에는 후삼국시대 궁예의 도성이었던 태봉국 철원성 터가 있고 주변에 철새 도래지와 월정리역, 제2땅굴 등 문화유산이 많아 교육적 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파주시는 수도권 접근이 가능하고 판문점, 제3땅굴, 도라산전망대 등이 있어 지리적 상징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시는 외국인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탐방로, 평화 상징물도 세울 계획이다. 기균도 파주시청 정책개발팀 주무관은 “파주에는 비무장지대 남북한출입통제소가 잘 갖춰져 있고 기반 도로망도 잘돼 있어 최소 비용으로 최단기 공원 조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성군은 번영회 등 고성지역 10여개 단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7월 ‘DMZ 세계평화공원 고성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유치전에 총력을 펴고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DMZ 일원에 해금강, 구선봉 등 한반도 최고의 자연생태 명소가 있고 국내 3대 생태축인 DMZ, 백두대간, 동해를 모두 아울러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철원=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