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올해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을 맡은 지 꼭 10년째네요. 스스로 학점을 준다면 ‘B+’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2010년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를 만들고 대한민국무용대상을 제정한 게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5년부터 내리 3연임, 올해로 10년째 한국무용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복희 한양대 교수(사진)가 이달 정년퇴임을 기념해 22~23일 이틀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퇴임 공연’을 연다. 한양대 무용학과 교수로 39년, 그 세월을 기념하기 위해 후배들이 마련한 공연을 준비 중인 김 이사장을 최근 서울 혜화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후배들이 요즘 운동한다고 정신 없어요. 젊은 친구들도 있지만 절반은 중년이거든요. 15년 전에 했던 공연을 그때 그 멤버 그대로 꾸미다보니 다들 살 뺀다고 열심이에요.” 정년퇴임 기념 무대에는 김 이사장이 1999년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를 한국의 남사당패 이야기와 접목해 안무한 ‘천형, 그 생명의 수레’가 오른다. 첫날에는 15년 전 초연 무대 무용수들로 구성된 ‘올드 드림팀’(김복희 손관중 김남식 등)이, 둘째날에는 젊은 무용수로 구성된 ‘뉴 드림팀’(김성용 박종현 박은영 등)이 공연을 펼친다. 특히 김 이사장은 이청준의 소설 ‘눈길’에서 영감을 얻어 안무한 신작 ‘삶꽃 바람꽃 Ⅴ, 눈길’도 선보일 예정이다.

1948년생, 올해 나이 66세.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예술감독이 아닌 ‘춤꾼’으로 무대에 오르는 김 이사장에게 건강 비결을 물었다. “예술에 정년이란 게 있나요. 비록 젊을 때처럼 공연을 많이 하지는 못해도 예술가가 숨을 거두지 않는 한 은퇴라는 건 없다고 봅니다. 무대에 오르는 게 건강 비결이에요.”

대구에서 유치원을 다닐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무용을 처음 접한 김 이사장. 초등학교 때는 동네 무용교습소를 다녔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정식으로 춤을 배웠다. 이화여대를 졸업하자마자 스물셋의 나이에 스승 육완순의 만류를 뿌리치고 개인무용단을 만들었다. 1971년 제1회 현대무용발표회에서 무대에 올린 창단작품 ‘법열의 시(詩)’를 발표한 이후 그는 한국 현대무용의 역사를 새로 써나갔다. 서양식 현대무용에 한국적 정서를 담은 ‘한국식 현대무용’을 주창하면서 1986년 한국현대춤협회를 만들었고 이듬해 ‘춤작가 12인전’을 창설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무용인 최초로 체육대학장을 지낸 그는 현대무용 활성화를 위해 남성 무용수도 발굴해냈다. 제자 손관중 한양대 교수(55)가 대표적이다.

인터뷰 말미에 지난해 후학들을 위해 출간한 것이라며 건넨 안무책 ‘춤으로 삶의 집을 짓다’에서 김 이사장의 무용에 대한 생각을 들춰봤다. “마사 그라함은 92세에 별세하는 그해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지 않았던가. 모리스 베자르는 2007년 80세로 별세하기 두 해 전에도 신작을 내지 않았던가. 나도 ‘한국적 현대무용’이라는 멀고 끝이 없는 길을 힘이 닿는 데까지 가볼 생각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