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정동헌 기자 dhchung@hanh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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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65·사진)은 두 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다음달 분양을 앞두고 있는 ‘W’(더블유)를 설명할 때는 책상에 있는 단지 모형의 유리 덮개를 벗기고 입지부터 건물 배치까지 꼼꼼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데 열중했다. 중견 건설업체지만 시공능력과 상품성은 대형사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권 회장은 “1987년부터 주택업을 시작해 2만4000여가구를 공급했지만 재고가 단 한 가구도 없다”며 “분양을 하던 시점마다 거의 다 대형 건설사들과 경쟁했는데 그때마다 ‘우리집’이 팔렸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자신감은 실력과 경험에서 나왔다. 그는 “기술팀에 초고층 공사를 한 현장소장을 포함해 200여명의 인력이 있다”며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년 2000~3000가구씩 꾸준히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당히 어려웠는데, 최근 들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분위기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수도권 부동산도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고요. 지방을 살펴보면 대구와 부산 등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 일부 단지는 웃돈(프리미엄)이 4000만~5000만원가량 붙었어요. 주택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대부분이 성공하기도 했지요. 이런 때일수록 소비자, 지역주민의 요구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W’프로젝트의 특징은 뭡니까.

“설계에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부산의 백년대계를 보는 아름다운 건물을 짓기 위해 국제현상공모를 했지요. 프랑스건축학회장을 맡고 있는 로랑 살로몽 교수가 참여한 프랑스 ASA사의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건물 배치는 개선문에서 따왔는데 기존 주민들의 조망권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주상복합건물이 갖고 있던 문제점도 대부분 풀었습니다. 기둥이 없는 설계로 전용률을 99.2%까지 끌어올렸고, 맞통풍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 환기가 잘 되지요. 라운드식 평면이 아니라 사각형 평면이라 집안의 죽은 공간을 많이 줄였어요.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큰 사업인데 부담은 없습니까.

“지난 10여년간 전국에 2만여 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지어 공급했고, 거의 대부분을 직접 시행, 시공하고 분양했습니다. 우리 같은 중견 건설업체는 소비자의 신뢰가 없으면 그날로 소멸합니다. 아파트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집을 지어왔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집니다. 타워팰리스 등 국내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시공한 기술자들이 건설하기 때문에 시공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설계 단계부터 그 어느 현장보다 소비자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도권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비결은 꼽는다면.


“부산, 경남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오면서 되뇐 문장이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내가 이 집에서 산다고 가정했을 때 부족함은 없는지, 고쳐야 할 문제는 없는지 찾아보라는 겁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지은 집에서 살았습니다. 자신감과 믿음이 없다면 할 수 없지요.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성장한 이유는 기업이 고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끝은 소비자’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기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고, 이런 과정에서 쌓인 평판이 수도권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욕실 리모델링 등 사업다각화에 나선 이유는.


“사업 다각화라기보다는 내부에서 가진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입니다. 아이에스동서는 이미 욕실 리모델링에 가장 중요한 품목인 위생도기, 타일, 수전금구, 비데 등 대부분의 자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이지요. 이런 자원을 잘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욕실 리모델링 사업에 나선 겁니다.”

▶소외계층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한데요.

“회사가 커가면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지역을 구분해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부산·경남지역에서 많은 사업을 일으키고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봉사의 시작을 부산에서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대상 지역을 넓혀나갈 생각입니다.”

▶올해 주택공급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특정 사업부문에 너무 치중하지 않고 안정성과 내실 위주로 사업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렌탈, 삼홍테크 등 계열사의 해외 네트워크 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해외 사업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싶습니다. 상반기에는 부산 용호만 ‘W’에 집중하고, 중반기에는 부산 센텀시티에 42층 지식산업센터를 16만5000㎡(옛 5만평) 규모로 진행합니다. 연말 경기 하남시에 들어서는 유니온스퀘어에 870가구 정도의 아파트 공급을 준비 중입니다. 동탄신도시에서도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현재 기업구조를 보면 건설 비중은 절반이 조금 안 됩니다. 목표라면 건설 비중을 30%대로 떨어뜨리면서 매출은 늘리는 겁니다. 그래서 기업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면서 100%는 아니지만 마음먹은 것의 70% 선까지는 가져가고 있습니다. 건설뿐 아니라 타일, 콘크리트 파일, 시멘트, 세라믹 등 중장기적으로 국가기간산업에 많은 역할을 하는 분야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