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 이후 외국인 매도에 따른 수급 공백이 이어지면서 주도주가 나서지 않는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주 안에서는 음식료(Food)와 모바일콘텐츠·게임 등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바이오·헬스케어 등 제약(Drug) 관련주들이 각개약진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대형 수출주들이 부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이와 같은 내수·서비스 업종 중심의 종목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가 좌지우지하더니…FED만 신났다

◆음식료·제약株 약세장서 ‘반짝반짝’

코스피지수는 20일 12.36포인트(0.64%) 내린 1930.57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1.8% 빠졌다. 반면 같은 기간 제약업종지수는 6.6% 상승했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이르면 오는 7월 폐지되면서 약값 인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원외처방액 성장률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업황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전체 제약회사의 원외처방액은 767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했다”며 “연간 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2012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격 인상 이슈가 있는 음식료주들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새우깡’ 등 매출 비중이 높은 과자 가격을 동시에 인상한 농심은 올 들어서만 14.7% 급등했다. 콩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익률 개선이 기대되는 풀무원홀딩스는 상승률이 39.1%에 달한다.

올 들어 상대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난해 중소형주 장세의 주역이었던 정보기술(IT) 부품주들의 주가는 대부분 부진하지만 바이오 헬스케어 온라인게임주 등 내수·서비스업종들이 빈자리를 채우는 모습이다. 코스닥에서 올 들어 가장 상승률이 높은 업종은 디지털콘텐츠(27.8%) IT소프트웨어(14.0%) 제약(10.5%) 순이다.

◆“당분간은 수출주보다 내수주”

IT 자동차 등 수출 중심의 대형주들은 주요국 경제지표가 오락가락하는 탓에 당분간 주가가 크게 오르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날 발표된 미국 주택 관련 지표와 이날 나온 중국의 2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이 잇따라 예상치를 밑도는 등 글로벌 경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며 “IT를 비롯한 대형 수출주의 주가 부진이 다음달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성 역시 주가를 가르는 요인이다. 음식료주들은 가격 인상을 통해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고, 업황이 회복되는 제약주들 역시 주가 오름세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IT 부품주는 삼성전자 등 전방업체의 성장성 둔화 우려에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지만 게임 미디어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관련주들은 해외 진출과 실적 개선을 통해 구조적 성장성을 갖춰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전문가는 한파 영향이 가시는 3월 이후에는 글로벌 경제지표가 다시 좋아지면서 대형 수출주에 대한 매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강지연/윤희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