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무적자·무차입·무정리해고…대원제약 2세 백승호·승열의 '3無 경영'
대원제약(공동대표 백승호·백승열)은 가업을 물려받은 2세 기업인이 성공적으로 회사를 키운 강소 제약회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백승호·승열 형제가 2002년 대표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회사의 ‘색깔’이 확 바뀌었고 350억원대에 그쳤던 매출이 지난해엔 157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2006년부터 5년 동안은 연평균 성장률이 업계 최고 수준인 25%였다.

백승열 부회장(사진)은 “창업(1958년) 이후 40여년간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2002년 회사가 큰 위기를 겪은 것이 성장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회사 매출의 30%를 차지하던 급성만성통증약 ‘트리겔’이 정부 정책 변화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품목’으로 바뀌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백 부회장은 “연구개발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백 부회장은 “중소 제약사가 5년여간 1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며 “다행히 2007년 12호 국산신약 개발에 성공하면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내놓은 오티렌은 대원제약의 개량신약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연간 80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하던 동아제약의 천연물 신약 ‘스티렌’과의 특허분쟁에서 이겨 특허만료 이전에 개량신약으로 내놓을 수 있었다. 출시 첫해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에는 국산 보청기업체 딜라이트를 인수해 의료기기 분야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백 부회장은 “한쪽에 200만원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난청환자의 보청기 사용률이 6%에 그쳐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오는 5월부터 외산의 절반 가격인 4·8채널 신제품이 출시되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대원제약은 ‘3무’ 제약사로도 유명하다. 창업 이래 55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고, 무차입경영을 고수해왔으며 외환위기 때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 백 부회장은 “만성질환 분야에 특화된 개량신약과 수출, 의료기기를 3각축으로 삼아 상위권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