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혜 여신' 아테나처럼 여성적 리더십이 어두운 세상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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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독트린
존 거제마·마이클 단토니오 지음 / 길정우·안명옥 옮김 / 조윤커뮤니케이션 / 414쪽 / 1만8000원
존 거제마·마이클 단토니오 지음 / 길정우·안명옥 옮김 / 조윤커뮤니케이션 / 414쪽 / 1만8000원
현대인은 외롭다. 고립돼 있다고 생각하며 인간적 연대를 소망하는 욕구가 있다. 영국인 여성 케이티 모와트는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면서 사업을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연대 욕구에 착안해 고객의 요구에 따라 할머니들이 뜨개질을 하고 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고객은 할머니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제품 모양과 색깔 등에 대해 소통한다. 완성품에는 고객의 이름과 할머니의 사인이 수놓여져 있다. 이 같은 연대감을 통해 고객은 삶의 풍성함을 느끼고 할머니들은 손자를 데리고 외출할 돈을 버는 등 세상은 더 가치 있게 변화한다.
《아테나 독트린》은 이런 변화들이 여성적 가치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테나는 지성, 친화력, 공명정대함으로 상징되는 그리스 여신이다. 저자는 아테나가 가진 상징들이 일종의 원칙(doctrine)이라며 이 원칙들이 우리의 일과 공동체에서 성공을 이끌어 낼 리더십이라고 강조한다. 여성적 가치들이 개인과 기업, 사회와 국가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목적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하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각시키는 게 아니다. 주제 자체가 가져오는 이런 결과들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저자들은 객관성을 얻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세계 13개국 6만40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125가지 성격 유형을 보여준 후 이를 남성적, 여성적, 혹은 중성적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결과는 국가에 관계없이 일반적이었다. 사람들은 ‘이타적인’ ‘신뢰할 수 있는’ ‘이해심 있는’ ‘정직한’ 등의 단어를 여성적 가치로 분류했다. ‘여성적 가치’라는 개념이 다소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저자들은 영국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콜롬비아 페루 인도 중국 등 세계 각국을 방문해 여성적 가치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들여다보고 충실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직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 ‘휩카(WhipCar)’도 여성이 변화를 이끌어난 경우다. 대부분 집 다음으로 비싼 자산인 자동차가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더 많다고 생각한 비네이 굽타는 자동차 소유주와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우려와는 달리 소유주들은 낯선 사람에게 열쇠를 쉽게 내줬고 대여자들은 조심스럽게 차를 운전했다. 사업은 번창했다. 여성이 ‘신뢰’라는 가치에 착안해 경제적 효율을 높이면서 세상의 가치를 더 높인 사례다.
몇 년 전 아이슬란드가 경제위기를 맞기 직전 홀로 위기를 이야기했던 이도 할라 토마스도티르라는 여성이었다. 토마스도티르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 남성으로 이뤄진 정책결정자 집단을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그들은 외면했고, 결과는 파국이었다. 그는 “그들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모두 더 많은 것을 추구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고 경쟁을 멈추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유럽의 사례 외에도 페루 여성 경찰관들의 명품 서비스와 공존의 지혜에서 출발한 케냐의 꿀 프랜차이즈 등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변화도 충분히 담았다.
한국 사례는 없지만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 및 사회에 대한 설문과 조사를 통해 우리의 변화도 언급한다. 한국인 67%는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대우에 불만을 갖고 있고, 51%는 한 명의 자녀만 갖게 된다면 아들보다 딸을 원한다고 답했다는 것. 또 64%는 남성이 여성처럼 생각한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라 답했다. 부족하지만 여성적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의 근거다.
책은 풍부한 사례와 생생한 인터뷰로 술술 읽힌다. 여성들이 직면한 ‘유리 천장’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전·현직 국회의원이자 부부인 길정우·안명옥 씨의 부드러운 번역도 이에 한몫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아테나 독트린》은 이런 변화들이 여성적 가치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테나는 지성, 친화력, 공명정대함으로 상징되는 그리스 여신이다. 저자는 아테나가 가진 상징들이 일종의 원칙(doctrine)이라며 이 원칙들이 우리의 일과 공동체에서 성공을 이끌어 낼 리더십이라고 강조한다. 여성적 가치들이 개인과 기업, 사회와 국가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목적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하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각시키는 게 아니다. 주제 자체가 가져오는 이런 결과들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저자들은 객관성을 얻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세계 13개국 6만40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125가지 성격 유형을 보여준 후 이를 남성적, 여성적, 혹은 중성적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결과는 국가에 관계없이 일반적이었다. 사람들은 ‘이타적인’ ‘신뢰할 수 있는’ ‘이해심 있는’ ‘정직한’ 등의 단어를 여성적 가치로 분류했다. ‘여성적 가치’라는 개념이 다소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저자들은 영국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콜롬비아 페루 인도 중국 등 세계 각국을 방문해 여성적 가치들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들여다보고 충실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직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 ‘휩카(WhipCar)’도 여성이 변화를 이끌어난 경우다. 대부분 집 다음으로 비싼 자산인 자동차가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더 많다고 생각한 비네이 굽타는 자동차 소유주와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우려와는 달리 소유주들은 낯선 사람에게 열쇠를 쉽게 내줬고 대여자들은 조심스럽게 차를 운전했다. 사업은 번창했다. 여성이 ‘신뢰’라는 가치에 착안해 경제적 효율을 높이면서 세상의 가치를 더 높인 사례다.
몇 년 전 아이슬란드가 경제위기를 맞기 직전 홀로 위기를 이야기했던 이도 할라 토마스도티르라는 여성이었다. 토마스도티르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 남성으로 이뤄진 정책결정자 집단을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그들은 외면했고, 결과는 파국이었다. 그는 “그들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모두 더 많은 것을 추구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고 경쟁을 멈추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유럽의 사례 외에도 페루 여성 경찰관들의 명품 서비스와 공존의 지혜에서 출발한 케냐의 꿀 프랜차이즈 등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변화도 충분히 담았다.
한국 사례는 없지만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 및 사회에 대한 설문과 조사를 통해 우리의 변화도 언급한다. 한국인 67%는 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대우에 불만을 갖고 있고, 51%는 한 명의 자녀만 갖게 된다면 아들보다 딸을 원한다고 답했다는 것. 또 64%는 남성이 여성처럼 생각한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라 답했다. 부족하지만 여성적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의 근거다.
책은 풍부한 사례와 생생한 인터뷰로 술술 읽힌다. 여성들이 직면한 ‘유리 천장’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전·현직 국회의원이자 부부인 길정우·안명옥 씨의 부드러운 번역도 이에 한몫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