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김연아…여왕, '전설'이 되다
“숨이 멎을 것 같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전설 미셸 콴)

‘얼음 궁전’에서 펼쳐진 여왕의 연기는 완벽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완벽한 연기로 자신의 선수 생활 마지막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전설이 된 연아, 아름다운 마무리

굿바이! 김연아…여왕, '전설'이 되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자신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김연아는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전설로 기록됐다. 26년 만에 올림픽 여자 싱글 2연패에 도전한 그는 2006년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세계 정상의 자리를 줄곧 지켜온 이 시대 최고의 스케이터다.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고 두 번의 올림픽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남기고 세계 피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일곱 살이던 1996년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김연아는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를 바꿨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06~2007시즌 마지막 대회인 2007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1.95점)을 갈아치웠다. 2007~2008시즌에도 승승장구하던 김연아는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역대 최고점(133.70점)까지 다시 썼다. 2009년 3월엔 데뷔 후 세 번째 세계선수권에서 총점 207.71을 얻어 피겨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꿈의 200점’을 돌파했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합계 228.56점이라는 피겨 사상 최고 점수를 전광판에 찍으며 올림픽 역사에 진한 발자국을 남겼다.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2위에 오르고 은퇴를 고민했지만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기 위해 빙판 위로 돌아왔다. 피겨 여왕은 소치의 얼음 궁전에서 ‘아디오스 노니노’로 자신의 피겨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원조 여왕 비트 “출중한 연기”

김연아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우아한 연기로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했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지켜본 세계 피겨의 전설적인 선수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역대 두 번째로 여자 싱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카타리나 비트(독일)는 “다른 선수와 비교할 수 없는 출중한 프로그램이었다”며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고 극찬했다. 1984년 사라예보 대회와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설이 된 비트는 “점프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무척 아름다운 프로그램이었다”며 높게 평가했다.

미국의 피겨 스타 조니 위어는 “김연아는 여왕이다. 풍부한 경험과 냉정함이 돋보였다”고 찬사를 보냈고, 타라 리핀스키는 “김연아는 특별한 선수다. 주요 대회에 오래 나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최고라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했다. 한때 김연아와 경쟁하다 지난해 말 은퇴한 일본의 안도 미키도 김연아의 연기에 감동을 받았다.

안도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연아의 연기가) 매우 훌륭해 거의 울 뻔했다. 노래와 하나된 연기를 펼쳤다. 부상을 극복하고 저 자리에 선 것이 정말 굉장하다”는 글을 남겼다.

해외 방송들도 김연아의 연기를 중계하며 완벽하다고 극찬했다. 프랑스 FR2는 생방송 중계에서 “기술적으로 우아하고 완벽해 4년 전과 똑같이 소름 끼친다. 전설이 되기 위한 완벽한 연기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BBC도 “모든 연습이 완벽했다. 경쟁자 모두에게 충격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CBC는 “놀라울 따름이다. 정말 아름다웠다. 솔직히 조금 더 높은 점수가 나올 줄 알았다”며 예상보다 낮은 점수에 아쉬움을 표했다.

쇼트프로그램 점수는 당연히 으뜸이었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9.03점과 예술점수(PCS) 35.89점을 더한 74.92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국제빙상연맹(ISU)이 공식 집계한 올 시즌 최고 기록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