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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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한국 여자랑 결혼한다면요? 반대할 이유가 없죠. 한국에 6만명이 넘는 베트남 신부가 있는 걸 생각하면 베트남과 한국은 이미 사돈 국가나 마찬가집니다. 한국 며느리가 들어온다면 양국 관계 발전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성북동의 전통 한식집인 ‘삼청각’에서 지난주 만난 팜후찌 주한 베트남 대사는 한국인 며느리도 ‘대환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주한 베트남 대사로 부임한 그는 2005년부터 4년간 한국에서 근무하며 정이 듬뿍 들어 “한국대사로 가고 싶다”고 자원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둘째 아들은 현재 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이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은 공통점이 많아 결혼해도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민이 오랫동안 유교문화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생활풍습이나 성격이 비슷합니다. 10세기 전부터 교류했으니 그 안에서 비슷해진 것도 있죠. 생김새도 닮았습니다. 2008년 아들과 택시를 타고 서울 구경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를 배워 아주 잘하는 아들을 보고 택시기사가 아들은 한국인이고, 저는 오랜만에 조국을 찾은 재외동포로 생각하더군요. 한국인으로 봤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류는 길풍(吉風), 베트남으로 더 많이 불어오길”

팜후찌 대사의 한국 사랑은 남달랐다. 한식을 좋아해 삼청각을 1주일에 두세 번 찾는다고 했다. “삼청각은 첫째로 음식이 맛있고 경치도 아름답습니다. 대사관과 가깝고 교통도 편하죠. 집에서 차를 타고 오면 5~7분이면 됩니다. 대사가 오면 10% 할인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복분자주부터 주문했다. 어느 식당에 가나 복분자주를 시키지만 삼청각 것이 특별하다고 소개했다. 한 잔 받아 보니 자줏빛이 감도는 맑은 술이 보기에도 고왔다. 한모금 마셨을 때 달콤한 복분자의 맛이 혀끝을 감돌았다. 어느새 한 잔을 다 비운 팜 대사는 한국 술 예찬을 이어갔다.

“예전엔 와인을 즐겼는데 한국에 와서 복분자주를 먹어 보고 이젠 이것만 마십니다. 막걸리도 아주 좋아합니다. 베트남 술 중에 ‘시골곡주’라고 불리는 집에서 만드는 술이 있는데 한국 막걸리와 아주 비슷합니다. 고소하고 담백하죠.”

베트남 음식이 그립지 않으냐는 질문에 한국 음식 대부분이 입에 맞는다고 했다. 명이나물과 함께 나온 오겹살 편육을 능숙하게 싸서 한 입 가득 넣은 팜 대사는 “한국 음식은 채소가 많고 기름이 적게 들어가 소화가 잘 되고 음식 종류가 다양해 질리지 않는다”며 “젓가락을 사용하고 주식과 반찬을 나눠 먹는 것도 베트남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 중에서는 된장찌개를 제일 좋아한다. 그는 베트남도 된장을 먹는데 한국 된장이 더 맛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한국에서 일하다 베트남에 돌아갔을 때도 (한국) 친구가 보내준 한국 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 먹었다”며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된장찌개는 먹을 만하게 만든다”고 자랑했다.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팜 대사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는 대장금이다. 그는 “집사람 덕에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대장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용인 민속촌을 비롯해서 대장금 촬영지는 대부분 가봤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에 부는 한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류는 동남아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류를 길풍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으로 좋은 바람이 불어오면 베트남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국과 베트남은 좋은 친구”

면 대신 우뭇가사리 묵채가 들어간 콩국을 한모금 마신 팜 대사는 한국과의 인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연이었다. 2005년 어린 아들이 있던 그는 영어권 근무를 원했지만 한국 발령을 받았다. 4년간 한국에 있으면서 정이 듬뿍 들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을 너무 사랑해 자원했다. “이번에 대사 부임지로 어디를 원하느냐고 묻자 바로 한국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국민들의 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재 국민에게 사랑받는 것만큼 대사에게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물론 베트남에 한국이 중요한 국가라는 점도 작용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대사로서 비슷한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더 많은 성공을 할 수 있는 곳은 한국입니다. 베트남 정부의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외교부 정책기획국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습니다. 한국은 베트남과 양자관계를 맺은 곳 중 정치·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가장 중요한 5개국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발전상도 그에겐 매력적이었다. 불과 5년 만에 돌아왔지만 한국은 그 사이에도 큰 발전을 이뤘다고 팜 대사는 평가했다. “세계 경제위기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마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경제 펀더멘털을 단단하게 다지면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삼성, 현대, LG, 롯데 등 대기업들이 유럽 북미 등의 경쟁자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이것이 한국 발전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베트남 매력, 한국에 알리고 싶다”

고추장을 넣어 연어비빔밥을 쓱쓱 비비기 시작한 그에게 주한 베트남 대사로서 목표를 묻자 그는 불쑥 주말 일정을 꺼내들었다. 토요일 하루는 가족과 보내지만 일요일은 지방 곳곳을 다닌다고 했다.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신부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베트남어를 사용하지 못하던 신부들이 대사관 직원들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모릅니다. 내년에는 베트남 신부의 날을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임기 중에 그들의 어려움을 보듬어주고 싶습니다.”

팜 대사는 베트남을 제대로 알리면 베트남 신부들이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한국민 15만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이 기업인들이다. 한국인 관광객은 매년 70만~75만명 정도다. 15일 체류 무비자를 받을 수 있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데 비해서는 적은 숫자라고 팜 대사는 말했다.

그는 “겨울에 골프를 칠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여름도 동남아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덥지 않다”며 “친절한 국민성과 한국인 입맛에 맛는 음식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경제 발전 가능성도 역설했다. “지난 몇 년간 동남아 국가들은 어려움을 겪었고 베트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등 바닥을 치고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등 경기 회복 조짐이 여기저기서 엿보입니다.”

팜 대사는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에서 기회를 잡으라고 주문했다. “한국에서는 베트남을 베트남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은 평화 시기로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한국 투자자에게 이상적인 정착지라고 생각합니다. 인건비는 말레이시아 중국 등과 비교해서도 싸지만 능력이나 기술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합니다. 한국에서 기술과 언어를 배운 사람이 많아 한국에는 맞춤형 인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첨단기술 기업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이라 해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 등으로 반한 감정은 없는지 묻자 그는 “베트남 국민은 외국 기업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 없고 민족, 역사, 종교, 정치적 문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팜 대사는 “베트남 국민들은 마음을 열고 과거를 딛고 미래를 지향하고자 한다”며 “과거를 교훈 삼아 양자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팜후찌 주한 베트남 대사 "베트남에 한류는 吉風…대장금 촬영지 다 가봤다"

■ 팜후찌 대사의 단골집 삼청각지방 적고 쫄깃한 꾸리살 구이 편채 일품

팜후찌 주한 베트남 대사 "베트남에 한류는 吉風…대장금 촬영지 다 가봤다"
서울 성북동 대사관로3에 있는 ‘삼청각’은 전통 한식당이다. 공연과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도 갖추고 있다. 북악산 가운데 자리잡은 데 따른 그림 같은 풍경은 보너스다.

30년간 한식만 연구한 주방장이 조선시대 양반가의 전통 요리 방식을 기본으로 삼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식들로 한정식 코스를 구성했다. 특히 소 앞다리의 한 부위인 꾸리살을 이용해 만든 꾸리살 구이 편채가 유명하다. 쫄깃한 꾸리살을 얇게 저며 겉만 살짝 익힌 뒤 고소한 된장소스, 향긋한 파 샐러드와 함께 낸다.

주전부리, 계절죽과 물김치, 잣즙 대하채, 꾸리살 구이 편채, 명이나물과 제주오겹살편육, 우뭇가사리묵채 콩국, 들깨소스 관자구이, 새송이버섯 한우 등심불고기, 구운 채소를 곁들인 생선구이, 연어비빔밥 또는 냉면, 후식 등으로 이어지는 점심 동백수라 코스는 6만2700원. 저녁 코스는 메뉴에 따라 9만3500~19만8000원이다.

점심엔 홀에서 갈비찜과 돌솥비빔밥, 전복된장찌개 등을 3만~4만원대에 먹을 수 있다. (02)765-3700

■ 팜후찌 대사 약력

▶1958년 베트남 타이빈 출생
▶1981년 하노이 외교대 졸업
▶1988년 외교부 정책기획국 과장
▶1995년 주미 대사관 서기관
▶1999년 외교부 정책기획국 부국장
▶2000년 외교부 아세안국 부국장
▶2005년 주한 대사관 상무공사관
▶2009년 외교부 정책기획국 국장
▶2013년 10월 주한 대사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