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와 리샤르 캉티용은 둘 다 경제학사에 이름을 남긴 친구였지만 생각은 달랐다. 로는 화폐 부족을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으로 보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토지에 기초한 지폐(paper money backed by land)’의 발행을, 그리고 점차 불환지폐의 발행을 지지했다. 그는 화폐를 더 많이 유통시키면 고용이 늘어나고, 생산이 많아지면 물가도 오르지 않으면서 영구적으로 더 많은 부가 창출될 수 있다고 보았다. 지금도 이런 견해를 가진 경제학자들은 상당히 많다.

그러나 미시시피 버블의 사례에서 보듯이, 프랑스는 화폐 부족이 재정 파탄과 경제적 곤궁의 원인이 아니었다. 루아얄 은행의 은행권 남발은 결국 가격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화폐가 중요한 기능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화폐를 더 많이 경제에 주입한다고 해서 경제활동이 많아지고 사람들이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로가 처음 시작한 주식회사 형태의 은행이 프랑스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금화로의 태환을 약속해서 프랑스 사람들의 화폐가치 훼손에 대한 의구심을 없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전한 화폐는 계속되지 못했고, 왕이 유일한 주주인 루아얄 뱅크로 바뀌어 은행은 정부의 막대한 채무를 없애는 도구로 이용됐다.

캉티용은 사후 출간된 저서 ‘교역 일반에 대한 에세이’에서 경제학자로는 처음으로 ‘기업가(entreppreneur)’라는 용어를 썼고, 기업가정신을 ‘정해진 가격에 사서 불확실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기업가는 수입에서 모든 지출을 뺀 ‘불확실한’ 이윤을 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캉티용의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부의 창출을 방해하는모든 어리석음과 나쁜 생각들이 작동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특별한 종류의 사람들도 있다. 바로 기업가들이다.” 그는 로의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음을 내다보고 인도 회사의 주식을 팔아 현금화한 뒤 다시 금화로 바꿔 프랑스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