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법 처리 늦어져 애타는 복지부
“보건복지부의 정책 실행력만큼은 대한민국 어떤 조직에도 뒤지지 않을 겁니다.” 경제부처 출신으로 복지부 장관을 지낸 A씨는 복지부를 이렇게 평가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과 2000만명 이상이 가입한 국민연금 제도를 만들고 안착시킨 것을 두고 한 얘기다.

◆전산시스템 발주도 못해

기초연금법 처리 늦어져 애타는 복지부
이런 높은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 복지부가 기초연금 시행 문제로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2월 국회에서 기초연금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정만 놓고 보면 이달을 넘기면 4월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7월부터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복지부 측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한두 달 늦춰져도 7월부터 지급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실무적으로 만만치 않은 과정들이 널려 있다.

우선 법률 정비 문제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물론 고시까지 새로 마련해야 한다. 기초연금법은 다른 법과 달리 월 20만원, 즉 연간 24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가려내는 기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도 거쳐야 한다. 여기에 최소 3~4개월이 필요하다는 게 실무자들의 관측이다. 따라서 4월에 국회를 통과할 경우 7월 지급 일정을 지키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전산시스템 구축 문제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국가가 지급 당사자가 되는 만큼 투명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주-계약-가동에 수개월이 필요하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검증기간까지 포함하면 과연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민원 폭주할 듯

현장에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기초연금 신청서를 접수하고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업무 부담 급증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이후 복지정책 확대로 업무과중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안대로라면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교육은 필수다. 기초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계시켜 놓았기 때문에 창구 직원의 대응이 중요하다. 4월에 법안이 통과되고 5월에 관련규정 정비가 마무리될 경우 이들은 6월 한 달 동안 기초연금을 받을 소득하위 70% 이하 노인 447만명을 대상으로 상담도 하고, 실제 받을 자격이 있는지도 검증(자산 조사)해야 한다. 엄청난 업무량이다. 특히 20만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53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민원 발생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 다른 정책을 실행할 때 보면 지자체에 지침을 내려보낸 뒤 피드백을 통해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이번에는 불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해도 수정하거나 해소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민원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6월4일 지방선거가 있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자체와 함께 접수업무를 담당할 국민연금관리공단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초연금 시행에 대비해 270명 정도 신규인력을 뽑을 계획이지만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업무를 익힐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라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