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호 씨(71·가운데)가 이산가족 상봉행사 둘째날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오찬에서 북측 이복 여동생 태복(55·왼쪽), 태옥(51)씨와 건배하고 있다. 임씨의 부친 임연복 씨는 6·25전쟁 때 납북됐다. 연합뉴스
임태호 씨(71·가운데)가 이산가족 상봉행사 둘째날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오찬에서 북측 이복 여동생 태복(55·왼쪽), 태옥(51)씨와 건배하고 있다. 임씨의 부친 임연복 씨는 6·25전쟁 때 납북됐다. 연합뉴스
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족들의 숙소인 외금강호텔에서 개별상봉을 하고 금강산호텔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만남을 이어갔다. 이날 오찬 및 실내상봉을 가진 가족들은 22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통일될 때까지 잘 기다려줘”

전날 거동이 불편해 구급차 안에서 첫 상봉을 해야 했던 김섬경 씨(91)와 홍신자 씨(84)는 오전 개별상봉을 끝으로 일정을 중도 포기하고 하루 일찍 돌아와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침대에 누운 홍씨에게 북측 여동생인 영옥씨(83)는 “동생이랑 친척들에게 걱정 없이 산다는 걸 알려주고 통일될 때까지만 잘 기다려줘”라고 울먹였다. 홍씨는 “헤어지니까 너무 슬프다. 동생을 데려가고 싶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난 10일 척추측만증으로 허리 수술을 받았고 속초로 집결할 때까지 휠체어를 이용했지만 상태가 악화해 구급차를 타고 상봉에 참가했다.

김씨도 북측의 아들, 딸과 구급차 안에서 짧은 작별상봉을 했다. 북측 아들 진천씨(65)는 “동생이 통일될 때까지 잘 살펴줄 테니까 그때 뵐게요”라고 했다. 김씨는 ‘여한이 없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측 아들 진황씨는 “아버님이 노환으로 다리를 못 쓰시고 고혈압과 감기약을 복용 중”이라며 “북측 가족들이 그곳에 선산이 있다고 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화장해 통일 이후 선산으로 모셔 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진황씨는 아버지가 충격을 받으실까 ‘일단 치료차 이송하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산가족은 준비해온 선물을 서로 나눴다. 남측 가족들은 옷가지와 의약품, 화장품, 초코파이 등을 준비해 왔다. 북측 가족들은 영변산 비단천 테이블보, 스카프, 술, 인삼차 등을 가져왔다.

◆이산가족 고령화 심각

이날 한 고령의 이산가족은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며 “다신 보지 못할 텐데 그리워만 해야 하니…”라고 눈물지었다. 이번 상봉에서도 행사를 앞두고 숨지거나 만남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라 이산가족들의 고령화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9264명으로 이 중 생존자는 55%인 7만1480명뿐이다. 생존자 중에서도 70세 이상이 81.5%, 80세 이상은 52.8%에 달해 향후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생사확인 채널을 만들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간 특별상봉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강산=공동취재단/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