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호주 시드니를 방문 중인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21일 오후(현지시간) 거버너맥쿼리타워에서 열린 ‘G20·B20 인프라 투자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호주 시드니를 방문 중인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21일 오후(현지시간) 거버너맥쿼리타워에서 열린 ‘G20·B20 인프라 투자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번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관심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두고 선진국과 신흥국의 대타협이 가능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그룹이 합세해 미국의 일방적 테이퍼링에 강한 불만을 제기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그룹이 얼마나 이에 성심껏 응답하느냐가 관전포인트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신경전

이번 회의엔 재닛 옐런 Fed 의장과 ‘취약 5개국’(F5)으로 불리는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재무장관이 모두 참석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핫머니(투기성 자금)가 테이퍼링 영향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 하락으로 금융불안을 겪고 있다.

포문은 신흥국이 먼저 열었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미국의 일방적 테이퍼링 조치로 신흥시장만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더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도 “미국은 정책을 추진할 때보다 주의하고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압박했다. 무하마드 차팁 바스리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테이퍼링으로 인한 충격에 사로잡히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신흥국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등 선진국이 경기 부양 정책을 더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테이퍼링을 하더라도 다른 국가에 주는 파급 효과(spillover)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충분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테이퍼링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신흥국의 개혁을 요구했다.

◆옐런의 입에 전 세계 관심

관건은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옐런 의장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옐런 의장은 신흥국의 전면 공세에 맞대응하기보다 우회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테이퍼링으로 이슈가 몰리지 않도록 세계 각국이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옐런 의장은 최근 “신흥국 시장 불안이 미국 시장 회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혼란이 테이퍼링 전략을 수정하는 원인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의장국인 호주도 경제 성장을 핵심 의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는 양측의 주장이 절충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통신은 선언문 초안에 “통화정책은 적절한 시기에 강한 경제성장이 동반된 상태에서 정상화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또 G20 중앙은행들이 주의 깊은 조정, 명확한 소통을 기반으로 통화 정책을 수립한다는 기존 합의를 유지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세계경제가 개선됐지만 아직 튼튼하고 균형 잡인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인식도 담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신흥국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구속력 있는 구체적인 공조방안까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IMF 쿼터개혁도 쟁점

신흥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IMF의 쿼터개혁 방안도 주된 의제 중 하나다. G20 정상들은 2010년 서울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신흥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쪽으로 IMF를 개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말까지 IMF의 최대주주인 미국이 신흥국의 쿼터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혁방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미국 의회가 비준을 거부, 신흥국의 불만이 쌓인 상태다.

지난달 G20 의장국인 호주의 조 호키 재무장관은 싱가포르와 공동으로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미 의회 비준을 촉구했다. 중국 외무부도 IMF 개혁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서 G20 차원의 유감 표명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흥국의 경제성장을 감안한 쿼터개혁이 시급하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드니=고은이/강영연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