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근무는 지방 공장…현장서 차근차근…경영수업 호되게 받는 '재계의 장남'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LG 장남 구광모 부장, TV 거쳐 생활가전팀으로
LS 구동휘 씨 청주 공장 배치
美 MBA 학위 받고 돌아온 동부 김남호씨도 당진공장行
LS 구동휘 씨 청주 공장 배치
美 MBA 학위 받고 돌아온 동부 김남호씨도 당진공장行
재벌가의 후계자들은 항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언젠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계자가 거쳐야 할 과정은 생각보다 고되다. 대다수 그룹의 2, 3, 4세들은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꼬박 20여년을 아버지와 전문경영인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은 뒤에야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최근 재계에선 30대의 젊은 후계자들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그룹이 많아졌다. 대부분 차장·부장급인 이들이 받는 교육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장 근무’가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이가 구자열 LS 회장의 외아들 동휘씨(32)다. 동휘씨는 작년 11월 LS산전 차장으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는 경영전략실 CSO(전략기획)부문이었으나 곧바로 충북 청주의 LS산전 생산공장 생산기획팀으로 발령받았다. 그가 공장에 배치된 건 아버지인 구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와 만나 “공장에서부터 일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청주로 내려보냈다”며 “처음에 고생은 좀 하겠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해봐야 나중에 경영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휘씨는 LS산전 입사 전인 2012년에는 우리투자증권 IB(투자은행)본부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 국제금융 부문 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구 회장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39)도 공장 근무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하자마자 당진공장 아산만관리팀으로 발령받았다. 미국 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 학위까지 받았고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에서도 경험을 쌓은 만큼 바로 전략부서에 배치받을 것이란 그룹 임직원들의 예상을 깬 인사였다. “대형 제조업의 현장에서 경영 관리 노하우를 쌓으라”는 아버지 김 회장의 뜻이었다.
김 회장은 당시 김 부장에게 월급 외에는 일절 가욋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교육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당진공장 근무를 마친 뒤 도쿄 지사로 파견돼 영업과 수출업무 등 실무를 익힌 뒤 2012년 초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규호 씨(30)도 2012년 말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서 후계자 교육을 시작했다. 그는 1년간 현장 근무를 마친 뒤 지난해 코오롱글로벌 경영전략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무역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부장(36)은 4년째 현장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2006년 9월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한 그는 2009년 LG전자 뉴저지법인을 거쳐 작년 1월 TV를 만드는 HE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부장으로 일했다.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공대를 나와 스탠퍼드대 MBA를 이수한 경험을 현장에서 살려보라는 구 회장의 뜻에 따른 인사였다. 구 부장은 올해 초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HA사업본부 기획팀으로 배치됐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기선씨(32)는 공장은 아니지만 다양한 곳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인턴기자와 외국계 은행 근무를 거쳐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처음 입사했고 미국 유학을 마치고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도 일했다. 작년 6월 울산 본사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복귀했다. 기선씨는 작년 말 임원으로 승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최종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30대 초반에 부장 직급을 다는 것도 빠르다는 지적이 있으나 MBA 취득, 컨설팅사 근무 경력과 업무 역량 등을 고려할 때 경영진이 부장급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이상은/윤정현 기자 chihiro@hankyung.com
최근 재계에선 30대의 젊은 후계자들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그룹이 많아졌다. 대부분 차장·부장급인 이들이 받는 교육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장 근무’가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이가 구자열 LS 회장의 외아들 동휘씨(32)다. 동휘씨는 작년 11월 LS산전 차장으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는 경영전략실 CSO(전략기획)부문이었으나 곧바로 충북 청주의 LS산전 생산공장 생산기획팀으로 발령받았다. 그가 공장에 배치된 건 아버지인 구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와 만나 “공장에서부터 일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청주로 내려보냈다”며 “처음에 고생은 좀 하겠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해봐야 나중에 경영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휘씨는 LS산전 입사 전인 2012년에는 우리투자증권 IB(투자은행)본부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 국제금융 부문 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구 회장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39)도 공장 근무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하자마자 당진공장 아산만관리팀으로 발령받았다. 미국 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 학위까지 받았고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에서도 경험을 쌓은 만큼 바로 전략부서에 배치받을 것이란 그룹 임직원들의 예상을 깬 인사였다. “대형 제조업의 현장에서 경영 관리 노하우를 쌓으라”는 아버지 김 회장의 뜻이었다.
김 회장은 당시 김 부장에게 월급 외에는 일절 가욋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교육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당진공장 근무를 마친 뒤 도쿄 지사로 파견돼 영업과 수출업무 등 실무를 익힌 뒤 2012년 초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규호 씨(30)도 2012년 말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서 후계자 교육을 시작했다. 그는 1년간 현장 근무를 마친 뒤 지난해 코오롱글로벌 경영전략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무역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외아들 구광모 LG전자 부장(36)은 4년째 현장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2006년 9월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한 그는 2009년 LG전자 뉴저지법인을 거쳐 작년 1월 TV를 만드는 HE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부장으로 일했다.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공대를 나와 스탠퍼드대 MBA를 이수한 경험을 현장에서 살려보라는 구 회장의 뜻에 따른 인사였다. 구 부장은 올해 초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HA사업본부 기획팀으로 배치됐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기선씨(32)는 공장은 아니지만 다양한 곳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인턴기자와 외국계 은행 근무를 거쳐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처음 입사했고 미국 유학을 마치고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도 일했다. 작년 6월 울산 본사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복귀했다. 기선씨는 작년 말 임원으로 승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최종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30대 초반에 부장 직급을 다는 것도 빠르다는 지적이 있으나 MBA 취득, 컨설팅사 근무 경력과 업무 역량 등을 고려할 때 경영진이 부장급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이상은/윤정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