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이상화 선수의 금빛 질주 소식이 전해진 12일 새벽 TV에서는 이씨의 금메달 경기 모습을 담은 광고가 곧바로 흘러나왔다. 대한민국 첫 금메달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삼성전자 휴대폰 광고였다. 다음날 비자카드의 광고에서는 이씨가 평소 연습 중 스케이트 끈을 조이는 장면과 함께 ‘이상화 선수를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흘러나왔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 불리는 올림픽에서 참가 선수들만큼이나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것이 기업들이다. 하지만 올림픽 기업 광고에는 엄격한 규제가 따르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면 기업 간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후원사를 제외하고는 기업들의 홍보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곳은 광고에 오륜기나 올림픽 마스코트, 2014 소치 등 올림픽 관련 용어나 그래픽을 쓸 수 없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는 삼성전자 코카콜라 맥도날드 파나소닉 등 10곳이 각 1억달러 안팎의 비싼 후원금을 내고 공식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공식 후원사가 되지 못한 나머지 기업들도 연중 최고의 홍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이들은 올림픽을 은근히 떠올리게 하는 ‘묻어가기’ 전략을 취하는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이라고 한다. ‘국가대표 파이팅’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등 올림픽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이를 연상시키는 문구 등을 넣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똑같이 이상화 선수를 출연시켰지만 공식 후원사인 삼성과 그렇지 않은 비자카드의 광고에서 쓰는 영상과 문구가 다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