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아베노믹스의 저주…일본 경제 '잃어버린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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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상 엔저에도 무역적자 악화
'역바세나르 협약' 제3 대안 부상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역바세나르 협약' 제3 대안 부상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이 시작되면서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고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벌써부터 아베 신조 정부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출구전략의 악몽’이 재연되면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저주에 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보다 앞서 일본은 성급한 출구전략으로 ‘잃어버린 20년’에 접어들었던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는 출범 초부터 많은 결점을 갖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1990년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가장 우려해왔던 ‘J-커브 무력화 함정(J-curve ineffectiveness trap)’이 현실화하고 있다. 엔저가 진행된 지 1년 이상 경과됐지만 무역적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엔저가 무역수지 개선과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선 무역 구조의 전제인 ‘마셜-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 수요의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켜야 한다. 엔저에 따라 수출단가가 떨어지면 수출물량이 더 증가해야 수출금액이 늘어날 수 있는데 그것이 안 된다는 의미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수출 증대보다 내수 확대가 더 중요하다. 일본 경제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내수가 쉽게 회복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엔저를 무리하게 추진함에 따라 내수 기반이 붕괴될 조짐이다. 경기를 살리겠다고 추진했던 엔저가 오히려 경기에 부담이 되는 ‘부메랑 함정(boomerang trap)’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더 우려되는 것이 ‘자금의 이탈 함정(exodos trap)’이다. 이른 시일 내에 일본 경기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으면 ‘하이먼-민스크의 리스크 이론’에 따라 외국자금이 어느 날 갑자기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 이론상 제로(0) 금리에다 엔저까지 가세함에 따라 포지티브 엔캐리 트레이드 여건도 다시 성숙되고 있다.
아베노믹스 효과가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가장 속이 타는 곳은 아베 정부다.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내지 못해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기대마저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정책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낸다 하더라도 국민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좀비 함정(zombie trap)’에 다시 빠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것도 문제다. 아베노믹스가 새로운 함정을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채금리가 안정돼야 한다. 이미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로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국채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이자와 국가채무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경기 면에서도 ‘구축 효과’가 발생해 디플레이션 타개가 더 어렵게 된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일본이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엔저를 묵인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태도가 변하고 있는 점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경제 외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려했던 ‘국수주의 함정(ultra-nationalism trap)’ 피해가 가시화하는 조짐이다.
새로운 형태의 함정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테이퍼링 추진 이후 엔화 약세가 강세로 돌아서자 아베노믹스가 추진됐던 배경이자 최종 목표인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에 대한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안전통화 저주란 테이퍼링 추진 이후 안전통화로 재부각되는 엔화가 강세가 돼 아베노믹스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일본 경제가 '새로운 함정’과 ‘안전통화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베노믹스보다 ‘제2의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가 나와야 한다는 시각이 급부상하고 있다. 역플라자 합의란 1995년 4월 엔·달러 환율 80엔 선이 무너지자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진 7개국 간에 맺었던 ‘달러 강세-엔 약세’를 도모하기 위한 협약을 말한다.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불행히도 테이퍼링 추진 이후 미국이 자국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정책 수단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최대 현안이 될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방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역바세나르 협약(anti-Wassenaar arrangement)’이다. 일본 수출기업이 엔저에 따른 반사이익을 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자에게 환원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노·사·정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강요하는 아베 정부에 수출기업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일본 경제 앞날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와 비판이 확산되면서 ‘잃어버린 30년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아베노믹스는 출범 초부터 많은 결점을 갖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1990년대와는 또 다른 형태의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가장 우려해왔던 ‘J-커브 무력화 함정(J-curve ineffectiveness trap)’이 현실화하고 있다. 엔저가 진행된 지 1년 이상 경과됐지만 무역적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엔저가 무역수지 개선과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선 무역 구조의 전제인 ‘마셜-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 수요의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켜야 한다. 엔저에 따라 수출단가가 떨어지면 수출물량이 더 증가해야 수출금액이 늘어날 수 있는데 그것이 안 된다는 의미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수출 증대보다 내수 확대가 더 중요하다. 일본 경제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내수가 쉽게 회복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엔저를 무리하게 추진함에 따라 내수 기반이 붕괴될 조짐이다. 경기를 살리겠다고 추진했던 엔저가 오히려 경기에 부담이 되는 ‘부메랑 함정(boomerang trap)’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더 우려되는 것이 ‘자금의 이탈 함정(exodos trap)’이다. 이른 시일 내에 일본 경기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으면 ‘하이먼-민스크의 리스크 이론’에 따라 외국자금이 어느 날 갑자기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 이론상 제로(0) 금리에다 엔저까지 가세함에 따라 포지티브 엔캐리 트레이드 여건도 다시 성숙되고 있다.
아베노믹스 효과가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가장 속이 타는 곳은 아베 정부다.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내지 못해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기대마저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정책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낸다 하더라도 국민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좀비 함정(zombie trap)’에 다시 빠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것도 문제다. 아베노믹스가 새로운 함정을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채금리가 안정돼야 한다. 이미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로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국채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이자와 국가채무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경기 면에서도 ‘구축 효과’가 발생해 디플레이션 타개가 더 어렵게 된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일본이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엔저를 묵인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태도가 변하고 있는 점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경제 외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려했던 ‘국수주의 함정(ultra-nationalism trap)’ 피해가 가시화하는 조짐이다.
새로운 형태의 함정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테이퍼링 추진 이후 엔화 약세가 강세로 돌아서자 아베노믹스가 추진됐던 배경이자 최종 목표인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에 대한 우려가 재연되고 있다. 안전통화 저주란 테이퍼링 추진 이후 안전통화로 재부각되는 엔화가 강세가 돼 아베노믹스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일본 경제가 '새로운 함정’과 ‘안전통화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베노믹스보다 ‘제2의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가 나와야 한다는 시각이 급부상하고 있다. 역플라자 합의란 1995년 4월 엔·달러 환율 80엔 선이 무너지자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진 7개국 간에 맺었던 ‘달러 강세-엔 약세’를 도모하기 위한 협약을 말한다.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불행히도 테이퍼링 추진 이후 미국이 자국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정책 수단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최대 현안이 될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방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역바세나르 협약(anti-Wassenaar arrangement)’이다. 일본 수출기업이 엔저에 따른 반사이익을 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자에게 환원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노·사·정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강요하는 아베 정부에 수출기업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일본 경제 앞날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와 비판이 확산되면서 ‘잃어버린 30년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