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정보유출 후폭풍…은행 판도 흔드나] 농협 고객이탈, 국민 예금감소, 우리·신한 반사이익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개인 고객 수가 약 19만명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2월 들어 개인 요구불예금(평잔)이 지난해 12월 대비 약 8000억원 줄었다. 카드 정보유출 피해를 입은 고객들이 해당 은행에도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만 개인 고객 감소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개인 고객 수는 지난달 말 약 2633만6000명으로 지난해 말(2652만9000명)보다 19만3000명 줄었다. 순수 개인 고객 및 개인사업자를 합친 숫자다. 국민은행은 고객 수가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기간 약 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월 말 기준 2804만1000명이다.

이 기간 우리, 하나(외환 포함), 신한 등 경쟁 은행의 고객 수가 각각 6만~7만명 안팎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고객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경쟁 은행과 달리 고객 수가 정체하거나 줄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에서 정보유출 피해를 입은 고객 중 일부가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에서도 빠져나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드를 해지하거나 회원 탈퇴(탈회)하면서 이에 연결된 은행 계좌도 같이 없애 버렸다는 설명이다. 정보유출 이후 NH농협카드와 KB국민카드에서 탈회(1월19일~2월3일)한 사람은 각각 35만2000명과 30만3000명에 달한다.

◆국민은행선 개인예금도 이탈

국민은행은 개인 예금 이탈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정 기간 돈을 넣어 둬야 이자를 받는 정기예금과 달리 쉽게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보통, 당좌, 별단예금 등)을 찾아서 다른 은행에 맡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의 국민은행 개인 요구불예금 평잔은 43조586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평잔(44조3790억원)보다 7930억원 줄었다. 이 기간 우리은행은 1조1740억원, 신한은행은 8060억원 각각 늘었다.

KB국민카드와 국민은행이 개인정보를 공유함에 따라 KB국민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국민은행 고객 상당수의 정보가 함께 유출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요구불예금의 경우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각 은행이 사활을 걸고 유치하는 ‘저비용성 예금’이라 국민은행이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계열 카드사가 3개월 영업정지를 당함에 따라 체크카드 고객도 유치할 수 없어 올해 영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일규/장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