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렌지 공주'…우크라이나 정국 '대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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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셴코 "5월 대선 출마"
야권, 최고의회 의장에
대통령 권한 위임 결의
야누코비치 행방 묘연
야권, 최고의회 의장에
대통령 권한 위임 결의
야누코비치 행방 묘연
![< 석방된 티모셴코 前 총리 “시위대는 영웅” > 우크라이나 야권의 상징적 인물인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감옥에서 석방된 직후 5만여명의 시위대가 모인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티모셴코는 이번 시위에서 희생된 이들을 향해 “당신들은 영웅이다”라는 말로 위로했다. 키예프AP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2/AA.8397704.1.jpg)
우크라이나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의회(라다)는 22일(현지시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고 오는 5월25일 조기 대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의회는 또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하루 전 의장에 새로 선출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회는 새 총리도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위 군중에 밀려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취를 감췄던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2일 오후 방송된 TV 연설에서 의회의 행동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주에서 항공기편으로 우크라이나를 떠나려다 세관에 저지당했다. 현재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최대 야권 지도자로 2004년 ‘오렌지혁명’을 주도했던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가 풀려나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티모셴코는 2007~2010년 총리를 지냈지만 2010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패한 이듬해 직권남용죄로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그는 이날 의회 결의로 복역 중이던 교도소 병원에서 풀려난 뒤 휠체어를 타고 반정부 시위대의 근거지인 키예프 독립광장으로 향했다. 10만 군중 앞에 선 티모셴코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오늘 끔찍한 독재자와의 관계를 끝냈다”며 “젊은이들의 심장에 총을 쏘게 한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 시위대는 이날 시내 대통령 집무실을 장악했다. 키예프 외곽의 대통령 호화 사저 ‘메쥐히랴’도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됐다. 여의도 절반 넓이에 달하는 메쥐히랴 내에는 개인 동물원과 인공호수, 골프장, 헬기착륙장까지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친러시아 성향의 기득권층과 담합해 재산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의 권력 공백이 생긴 가운데 티모셴코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혼란이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두 개 이상의 권력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유고연방처럼 분열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옛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는 역사·경제·정치·문화적으로 동서 갈등이 뿌리 깊은 나라다. 수도 키예프를 통과해 흑해로 흐르는 드네프르강을 가운데 두고 서쪽 친서방과 동쪽 친러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11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와 손잡은 것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후 지난달 ‘시위제한법’이 만들어지면서 유혈 충돌로 격화됐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